"문재인 ·트럼프 연설은 각각 평양 ·베이징 향한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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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며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동맹국 방어를 위해서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한 같은 자리에서 평화를 연설이었다. 중앙일보가 미국 한반도 전문가 5명에게 평가를 요청했더니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연설은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각각 평양·베이징에서 들어주길 원하는 메시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크로닌 "문 대통령 연설은 압박과 개입의 조화로운 접근"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 소장.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 소장.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소장은 "미국 정부의 조치와는 모순되지만 문 대통령 연설을 압박과 개입의 조화로운 접근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워싱턴의 정부 사이에 다른 관점이 존재하지만 한·미 양국의 전략의 동조화에 대한 기본적 합의는 있다"고 강조했다.
크로닌 소장은 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청중을 향한 것과는 별개로 두 사람은 자신의 메시지를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평양과 베이징이 들어주길 굉장히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의 의도는 남북 간긴장 완화를 위한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스나이더 "매우 균형잡히고 성숙하며 이성적 연설"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연구원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연구원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두 사람 모두 북한과 관련해 중요한 내용을 전달했지만 문 대통령의 연설은 매우 균형잡히고 성숙했으며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감정으로 가득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연설은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의 강렬한 대북 발언의 완화하는 효과를 갖기엔 간접적이고 미묘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유엔이란 곳이 통상 최고의 연설을 하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미국 한반도 전문가 5인 평가 들어보니

맥스웰 "두 대통령의 평화와 전쟁의 길중 선택은 김정은 몫"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 부소장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 부소장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 부소장은 "두 가지 접근 방식은 서로 지원하며 강화해주는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맥스웰 부소장은 "평화의 길과 전쟁의 길중 선택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몫"이라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손을 잡지 않고 전쟁을 택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처럼 한국과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한·미 군사동맹의 총력과 맞닥뜨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 동맹의 강력하다는 증거는 두 대통령이 서로 달라 보이는 듯한 연설을 하더라도 여전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데 있다"며 "두 사람은 '좋은 경찰, 나쁜 경찰'로 역할을 나눈 연설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클링너 "문 대통령 강한 개입정책 국제사회와 갈등할 수도"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과거 대선때의 개성공단과 사드 배치 문제 등에서 입장을 바꿨지만 얼마나 단호한 대북정책을 채택한 건지, 어느 정도가 수사인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800만 달러 지원은 비록 소량이지만 북한이 유엔 결의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상황에서 유엔 기구를 통해 제공하는 건 아이러니"라며 "문 대통령이 더 활발한 개입정책을 나설 경우 압박을 강화하는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롬버그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허용하는 범위"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수석 연구원은 "문 대통령의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동시에 최근엔 군사적 능력이 뒷받침된 압박도 대북 방정식의 일부임을 분명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대통령의 사용하는 언어는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북한의 공격에는 압도적 군사력으로 대응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포함해 근본적으로 분열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롬버그 수석연구원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가이드라인에 속하는 것"이라며 "다만 제대로 모니터링 절차가 지켜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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