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ㆍ김정은 주고받은 ‘말 폭탄’에 무너진 코스피 2400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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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주고받은 ‘말 폭탄’에 코스피 2400선이 무너졌다. 둘 사이의 괌 타격 설전으로 코스피가 휘청였던 지난달 상황의 재연이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증시 흐름은 안갯속에 빠졌다.

트럼프 "북한 완전 파괴" 유엔 연설에 대한 #북한 김정은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맞불 #북미 설전 속에 코스피는 '도로 2300대'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하루 전보다 0.74%(17.79포인트) 떨어진 2388.71 로 마감했다. 지난 18일 2400선을 간신히 회복했던 코스피는 나흘 만에 다시 2300대로 미끄러졌다. 기관 투자가가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1136억원을 순매도(매수-매도)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279억원, 418억원 순매수했다.

성명을 낭독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노동신문 보도. [연합뉴스]

성명을 낭독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노동신문 보도.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보유 자산 축소” 계획 발표에도 견뎌냈던 2400선을 무너뜨린 건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날 오전 2400선을 두고 공방을 벌이던 코스피는 오후 들어 김정은의 성명 내용이 알려지며 아래로 꺾였다. 장 중 한때 2381.81까지 밀리기도 했다.

김정은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트럼프가 세계의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대한 맞대응 성격의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엔 다른 선택이 없다”며 “북한의 ‘로켓맨’(김정은 지칭)이 자살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뉴욕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지난 19일 뉴욕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괌 타격을 둘러싼 북한과 트럼프 대통령의 설전 속에 증시가 조정을 받았던 지난달 초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이 입은 충격은 더 컸다. 하루 전보다 1.84%(12.16포인트) 하락하며 648.95에서 장을 마쳤다. 북핵 긴장으로 65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이날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일 대비 3.8원 하락한 1136.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밤 사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영향이 희석되며 미국 달러 상승세가 주춤해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북한 제재 조치 발표와 이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상 최고 초강경 대응 고려’ 발언 등이 오가며 다시 한반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네고(달러화를 원화로 교환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원화 가치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금융시장 혼란 속에서도 종목별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코스피 하락 속에도 외국인의 유입세에 힘 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올랐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과 비교해 0.38% 오르며 265만원을 기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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