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창문에 붙여 햇빛으로 전기 만드는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

중앙일보

입력

햇빛을 받아 뜨거워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온도 차를 이용해 발전 효율을 높인 웨어러블(wearable) 열전 발전기가 개발됐다. 이 기기를 옷이나 유리창, 건물 외벽에 붙여 전기를 만들 수 있다.

UNIST 신소재공학부 최경진 교수팀 개발 #체온과 대기 온도 차로 전기 만들어내는 장치 #햇빛을 열로 바꾸는 광흡수체 이용, 온도 차 키워 #기존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보다 전력 출력 높아 #실용화 어려운 단계지만 전력 양 늘리는 연구 지속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은 최경진(48)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지열·태양열·체열처럼 버려지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를 열전 발전기라고 한다.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는 피부나 옷에 직접 부착해 체온과 대기의 온도 차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다. 이때 생산되는 전력 출력은 온도 차의 제곱에 비례해 온도 차가 클수록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양이 많아진다. 하지만 기존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는 온도 차가 1~4도 정도라 실용화하기 어려웠다.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를 개발한 최경진(왼쪽) 유니스트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정연수 연구원. [사진 울산과학기술원]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를 개발한 최경진(왼쪽) 유니스트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정연수 연구원. [사진 울산과학기술원]

최 교수팀은 기존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에 광흡수 시스템을 접목해 발전 효율을 높였다. 광흡수 시스템은 기판 가운데 햇빛을 흡수하는 광흡수체를 쌓아 올려 열을 내는 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장치다. 최 교수는 “태양 빛을 흡수해 열로 바꾸는 광흡수체는 주변과 온도 차를 크게 해준다”며 “광흡수 시스템을 이용하면 체온과 대기의 온도 차가 최대 20.9도까지 커진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를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열 내구성이 뛰어난 소재인 폴리이미드로 만든 유연한 필름 가운데 광흡수체를 얇게 쌓아 올려 기판을 만든다. 이 부분은 태양 빛을 흡수해 열을 만들기 때문에 온도가 높고 나머지 부분은 온도가 낮다. 이 온도 차가 최대 20.9도까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다음 광흡수체 좌우에 열전 레그 10쌍을 그린다. 열전 레그는 막대 모양의 반도체로 양 끝에 온도 차를 주면 전류가 흐른다. 열전 레그는 열전 잉크로 그리는데 이 물질은 온도 차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열전 재료인 비스무스 텔루라이트를 잉크 형태로 만든 것이다. [위 동영상 참조] 이렇게 만든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는 햇빛에 노출되면 4.44마이크로와트의 출력 전력을 생산한다.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의 모습. 유연한 필름 위에 광흡수체를 쌓고 열전 잉크로 반도체를 그려 만들었다. 옷, 창문, 건물 외벽 같은 햇빛에 노출된 표면에 쉽게 붙일 수 있다. [사진 울산과학기술원]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의 모습. 유연한 필름 위에 광흡수체를 쌓고 열전 잉크로 반도체를 그려 만들었다. 옷, 창문, 건물 외벽 같은 햇빛에 노출된 표면에 쉽게 붙일 수 있다. [사진 울산과학기술원]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의 온도 차를 크게 해 전력 출력을 높인 데 의미가 있다”며 “옷이나 창문, 건물 외벽처럼 햇빛에 노출된 표면에 쉽게 장착해 시계·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의 충전기나 옷의 자체 보온 장치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용화하기에는 전력 출력이 낮다. 정연수(24) 유니스트 신소재공학부 연구원은 “아직 다른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들도 상용화하기는 어려운 단계”라며 “상용화를 위해 열전 성능이 더 좋은 열전 재료를 이용하거나 열전 레그 수를 늘리고 온도 차를 더 크게 하는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한 발전기에서 생산된 4.44마이크로와트의 250배 정도인 1미리와트가 작은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한 개 켤 수 있는 정도의 전력 양이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