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개 방치해 행인에게 중상 입힌 개주인 이례적 법정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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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인 핏불테리어를 방치해 길을 지나던 70대 여성에게 중상을 입힌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금고의 실형을 선고했다. 피해 여성은 맹견의 습격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등 중상을 입었다.

맹견 핏불테리어. [연합뉴스=자료사진]

맹견 핏불테리어. [연합뉴스=자료사진]

21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A씨(77·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주택가를 지나던 중 맹견 핏불테리어의 공격을 받았다. 인근에 사는 B씨(58)가 키우던 개가 공격한 것이었다. 목줄이 풀린 핏불테리어는 A씨의 팔·다리 등을 여러 차례 물고 끌고 다니기도 했다.

맹견 방치도 범죄…핏플테리어 풀어 키운 개주인 법정구속 #법원, 중과실치상 혐의 50대에 금고형 선고하고 법정구속 #"맹견이 다른 사람 등 공격하지 못하게 해야 할 의무 태만" #전북 고창에선 맹견 방치한 50대에 구속영장 신청했다 기각

이 사고로 A씨는 오른쪽 다리와 왼쪽 손가락 일부를 절단해야 했다. 왼쪽 손가락 전체는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고 혈관이식과 피부이식 등 여러 차례 수술을 받는 등 전치 16주의 중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개 주인 B씨는 핏불테리어 2마리 등 8마리의 개를 키워왔다. 핏불테리어는 투견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맹견. 상대를 한번 물면 놓지 않고 죽을 때까지 싸우는 근성을 가졌다.

동물보호법 시행 규칙상 맹견으로 구분된 개는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 또 개를 잠금장치가 있는 철장에서 기르거나 목줄을 절대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핏불테리어 외에 도사견,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 그 밖에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큰 개 등 모두 6종이 맹견으로 분류된다.

애완동물과 동반할 때 지켜야할 일

애완동물과 동반할 때 지켜야할 일

하지만 B씨의 집은 담장 등 외벽이 없는 가운데 마당이 개방된 구조다. 그런데도 철장 설치 등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물론 개들의 목줄에 녹이 슨 쇠사슬을 연결해 쇠말뚝에 묶어두는 바람에 쇠사슬이 끊겨 사고가 났다.

검찰은 핏불테리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지난 4월 B씨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금고 2년을 구형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다.

법원도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B씨에게 금고의 실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0단독 최환영 판사는 B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의 과실로 인한 범행으로 피해자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자가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으며 치료가 끝난 뒤에도 혼자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1000만원을 공탁했지만, 치료비를 보전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맹견 관리를 소홀히 한 개 주인을 구속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주시 덕진구는 올바른 산책로 이용과 방치된 애완동물의 배설물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완동물 위생봉투함을 설치 했다.[프린랜서 장정필]

전주시 덕진구는 올바른 산책로 이용과 방치된 애완동물의 배설물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완동물 위생봉투함을 설치 했다.[프린랜서 장정필]

실제로 지난 8일 전북 고창에서는 산책로를 걷던 40대 부부가 산짐승을 사냥하기 위해 사육된 맹견 4마리에게 습격을 당해 완치까지 5주 이상이 걸리는 큰 상처를 입었다. 경찰은 개주인 C씨(56)에게 중과실 치상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2011년 포항지법에서 초등학생을 물어 전치 4주의 중상을 입힌 맹견 주인에게 금고 6월을 선고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목줄을 하지 않은 애완동물이 타인을 공격해 다치게 해도 견주에겐 대부분 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돼 500만원 이하 벌금 등을 받는다.

이마저도 ‘반의사불벌’ 규정에 따라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위반해도 과태료는 50만원에 그친다.

반면 맹견으로 인한 사고는 매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1년 245건에서 2012년 560건, 2013년 616건, 2014년 701건, 2015년 1488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1019건, 올해 6월까지만도 766건이 각각 접수됐다.

북서울꿒의숲 관리원들이 지난 4월25일 서울 강북구 번동 북서울꿒의숲에서 애완동물 동반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은 견주를 단속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북서울꿒의숲 관리원들이 지난 4월25일 서울 강북구 번동 북서울꿒의숲에서 애완동물 동반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은 견주를 단속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4일 충남 태안에선 70대 할머니가 자신이 기르던 진돗개에 물려 사망했다. 지난 6월 전북 군산에서는 대형 썰매견 ‘맬러뮤트’가 길을 가던 9세 소년의 팔과 다리 등 10여 곳을 물고 달아났다.

같은 달 서울 도심 주택가에서는 도고 아르젠티노 등 맹견 2마리가 한밤중에 집 밖으로 나와 주민들을 물어 다치게 하기도 했다. 이에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맹견에 의한 인명피해 예방과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적절한 훈육을 통해 애완견의 돌발 행동을 통제하고 개를 데리고 외부로 나갈때는 목줄과 입마개를 채우는 등 주의를 기울여 사람이 개에게 물리는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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