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20일 채택됐다. 청문회가 12, 13일 실시됐으니 7일 만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하루 앞두고 채택됐다는 점에서 인준안 통과에 긍정적 시그널이란 해석이 나온다.
청문보고서 채택 … 오늘 인준 투표 #안 “어쨌든 잘 다녀오시라” 답변 #민주당, 국민의당 의원 1대1 설득 #“통과 위해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야” #국민의당은 오늘 의총서 재논의
인사청문특위는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김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과 더불어 ▶경륜 부족 ▶공평인사 훼손 우려 ▶사법부 독립성 한계 등의 부적격 의견까지 담은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앞서 여권은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설득에 집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던 지난 18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한 사실이 20일 밝혀졌다. 한국당·바른정당엔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국회에 대승적 협조를 요청하는 취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7일에도 조속한 국회 인준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그만큼 문 대통령이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 전화를 받고) 어쨌든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투톱(대표·원내대표)이 ‘간곡히 호소’란 표현을 써가며 야당에 공을 들였다. 추 대표의 모두 발언은 평소보다 짧았고 야당을 향한 공격적 표현도 자제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후보자 자질과 역량만 보고 평가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바짓가랑이를 잡아서 (통과)된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본회의 전에 추 대표와 안 대표 간 회동도 한때 추진됐다. 추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안을 앞두고 서로 원만하게 풀어가자는 말씀을 드리려고 제가 먼저 만나 뵙자고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국민의당 의원을 향한 일대일 설득도 이어졌다. 김동철 원내대표가 “당론으로도 강제할 수 없는 의원들을 상대 당 의원이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느냐. 즉각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의 입장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한국당은 이날 의총에서 당론 반대를 공식 확정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전원이 참석해 부결시켜 주실 것을 강력히 호소하고 다른 당 의원들에게도 친소(親疏) 관계를 통해 설득해 주실 것을 강력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21일 의총에서 결정키로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많은 문자가 오는데 김 후보자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당론으로 반대까지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자율투표 하기로 한 국민의당도 21일 의총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원내 관계자는 “전체 판세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는 김 후보자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보수 야당에서도 찬성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가결 가능성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때보다 더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동영 의원 등 호남 중진과 김명수 후보자와 같은 부산고 출신인 김성식 의원 등이 찬성론을 밝히고 있기도 하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주변에서 적합하다는 추천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법원의 ‘지원’도 있었다. 조병구 공보관은 이날 오후 김 후보자의 입장을 전하는 형태로,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김 후보자가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김 후보자는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후 야당 의원들에게 “김 후보자의 동성애 옹호 입장은 오해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돌렸다.
김형구·안효성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