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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정자 제공한 남성, 생물학적 자녀 19명과 만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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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루비노와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19명의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데일리 메일 캡처]

마이크 루비노와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19명의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데일리 메일 캡처]

20여년 전 자신의 정자를 제공한 남성이 최근 자신의 생물학적 자녀들과 기쁨의 만남을 가졌다.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거주하는 화가 마이클 루비노(57). 그는 1985년 결혼했으나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아내와 불임치료를 받으러도 다녔지만 헛수고였다. 부부는 상실감으로 1995년 이혼을 택했다.

루비노는 이혼 후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돌아보며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 정자를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게 루비노가 30대 초반일 때의 이야기다.

정자를 제공하면서 루비노는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서로 연락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동의서에 사인했다. 하지만 루비노는 익명으로 정자를 제공하는 많은 정자 제공자들과는 달리 “무슨 일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신원도 함께 제공했다. 건강하고 유전자질환이 없는, 그러면서 UC버클리 출신의 파란 눈의 예술가는 정자 제공자로 인기가 높았다.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 뉴욕, 뉴멕시코, 하와이, 콜로라도주 등에서 루비노의 정자를 요구하는 여성들이 속속 등장했다.

마이크 루비노(오른쪽)의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 중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와 만나게 된 제이크. [데일리 메일 캡처]

마이크 루비노(오른쪽)의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 중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와 만나게 된 제이크. [데일리 메일 캡처]

그렇게 그가 제공한 정자로 태어난 아이들이 성장해 그 중 몇몇이 루비노에게 연락을 해왔다. 가장 먼저 루비노에게 연락한 사람은 당시 6세 였던 제이크의 엄마 캐런 스트라스버그. 지금부터 13년 전인 2004년의 일이다. 캐런은 루비노에게 “당신 아들을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연락했다. 루비노와 캐런은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금새 가까워졌다. 자신의 아버지인줄 모르는 제이크는 루비노를 ‘절친’으로 부르며 잘 따랐다. 이후 어머니로부터 진실을 들은 뒤 제이크와 루비노는 정이 돈독한 부자 사이가 됐다. 지금 제이크가 살고 있는 집은 루비노와 캐런이 공동출자해 구입한 집이다.

마이크 루비노와 제이크는 13년 전 엄마 캐런의 연락으로 처음 만났고, 생물학적 부자관계인 걸 확인한 후에는 더욱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한다.[데일리 메일 캡처]

마이크 루비노와 제이크는 13년 전 엄마 캐런의 연락으로 처음 만났고, 생물학적 부자관계인 걸 확인한 후에는 더욱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한다.[데일리 메일 캡처]

마이크 루비노의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 엄마는 서로 다르지만 아버지는 같은 남매사이다.[데일리 메일 캡처]

마이크 루비노의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 엄마는 서로 다르지만 아버지는 같은 남매사이다.[데일리 메일 캡처]

루비노는 정자 제공자가 되면서 “앞으로 2~3명의 아이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연락을 해온 아이는 무려 19명. 이 아이들과 모두 편지와 메일을 주고 받았고 최근 16~21살이 된 아이들 중 18명과 만남을 가졌다. 거의 모든 아이들과 첫 만남이었다. 하지만 루비노는 “피를 나눈 아이들이라 그런지 만나는 순간 끌리는 무언가를 느꼈다”며 “이런 말이 비현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매우 설레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루비노의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 엄마는 서로 다르지만 아버지는 같은 자매사이다.[데일리 메일 캡처]

마이크 루비노의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 엄마는 서로 다르지만 아버지는 같은 자매사이다.[데일리 메일 캡처]

생물학적 자녀들은 루비노를 ‘아빠’ 혹은 ‘마이크’라 불렀고, 절반이지만 혈연관계인 형제들을 만나 기쁨을 나눴다. ‘11명이 루비노와 같은 파란 눈을 가졌다’ 등등 처음 만난 아버지·형제의 공통점을 찾아내면서 모두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루비노는 LA자택을 아이들을 위해 개방했다. 아직 만나지 못한 5명을 포함해 19명 아이들의 사진으로 꾸며진 방을 만들기도 했다. 루비노는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할 생각도 갖고 있다.

한편, 아이들은 SNS를 통해 서로 활발히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루비노의 만남은 늘어날 전망이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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