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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지폐 다발, 왜 식당 변기에서 발견됐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위스 검찰이 제네바의 은행과 레스토랑 화장실 변기에서 발견된 10만 유로(약 1억 3500만원) 상당의 500유로(약 67만원) 지폐 뭉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제네바 은행과 식당 3곳 변기서 돈다발 발견 #500유로 지폐 다발…총 1억 3500만원 상당 #위법성 확인 안돼 "돈 버린 건 범죄는 아냐" #500€ 발행 중단 계획 공개된 뒤 처분 늘어

NYT에 따르면 지폐 뭉치는 지난 5~6월 제네바 도심에 있는 UBS 지점과 근처 레스토랑 3곳의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이 지역은 도시의 랜드마크인 꽃시계 인근의 레스토랑 거리다. 지폐는 잘린 채 변기 물에 쓸려 내려가다 배수관을 막아서  발견됐다.

500유로 지폐다발. [중앙포토]

500유로 지폐다발. [중앙포토]

돈뭉치가 발견된 레스토랑 중 한 곳인 ‘카페 뒤 상트르’에선 청소부가 화장실 변기와 화장실에서 500유로짜리 지폐 뭉치를 발견했다. 레스토랑 매니저는 “정확한 액수는 모르지만 수천 유로가 넘는 액수였다”고 말했다. UBS 측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스위스는 스위스 프랑을 자체 통화로 갖고 있지만 많은 레스토랑과 상점에선 유로가 통용된다.

스위스 현지 언론은 변기에 버려진 거금이 돈세탁을 비롯한 범죄에 이용된 자금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제네바 검찰은 “스페인 시민권자 2명이 지폐를 버렸다”며 “돈을 변기에 버렸다는 게 이상한 행동이지만 범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돈을 불법적으로 획득한 것이 아니고, 범죄에 이용할 목적이 아니었다면 처벌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어 검찰 측은 “돈의 출처를 확인해야 하지만, 범죄와 관련됐다는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제네바 경찰은 “현재는 레스토랑의 화장실 파손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며 “돈을 버린 스페인인들이 막힌 변기를 뚫는 비용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중앙은행(ECB)은 범죄에 곧잘 이용되는 500유로권 지폐의 단계적 폐지를 밝혔다. 2018년 말부터는 더 이상 발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로존 19개 국가의 중앙은행도 발행 중단 이후엔 돌아오는 500유로 지폐를 교체해주지 않을 방침이다. 이 때문에 NYT는 ECB 발표 이후 500달러 지폐를 처분하는 일이 늘었다고 전했다.

500유로 지폐는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권종 중 매우 고액권에 해당한다. 미국에선 100달러(약 11만원) 지폐가 최고액권이다. 스위스에 1000스위스프랑(약 117만원) 지폐가 있긴 하지만 공급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유럽과 미국은 500유로권 지폐가 테러조직의 자금조달이나 돈세탁, 마약 거래 등에 이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500유로권 지폐로 100만 달러(약 11억원) 상당의 돈다발을 만들면, 작은 가방에 들어가는 부피에 무게는 2.26㎏ 밖에 나가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금액을 100달러 지폐로 만들면 4배 이상 무게가 나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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