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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말대로, 롯데극장 이게 실화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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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대호는 2012년부터 5년 간 일본과 미국에서활약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로 복귀했다.그가 입단식에서 한 약속이 대부분 이뤄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롯데 입단식에서 양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든 이대호. [중앙포토]

이대호는 2012년부터 5년 간 일본과 미국에서활약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로 복귀했다.그가 입단식에서 한 약속이 대부분 이뤄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롯데 입단식에서 양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든 이대호. [중앙포토]

지난 1월 30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입단식.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를 거쳐 5년 만에 금의환향한 이대호(35·사진)는 “올해 한국 나이로 36살이다. 롯데는 언젠가는 돌아올 팀이었다. 기다려준 팬들을 지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롯데 팬들 때문에 돌아왔다”고 복귀의 소회를 전했다. 두 달여 뒤인 4월 4일 롯데는 홈 개막전에서 넥센과 맞붙었다. 이대호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그는 그라운드를 돌면서 야구장을 찾은 2만여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대호 복귀 때 했던 팬과의 약속 #올 시즌 거짓말처럼 이루어져 #“팀 하나 돼 흐름 타면 우승도 가능” #마지막 목표까지 달성할지 주목

정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이대호가 시즌 전 입단식에서 했던 발언이 롯데 팬들 사이에 회자하고 있다. 그는 4년간 총액 150억원에 롯데로 돌아왔다. 그는 입단식에서 자신의 시즌 목표를 차근차근 공개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자신과 또 팬들과 하는 약속이었다. 8개월이 지난 현재, 그가 말했던 것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이대호가 당시 그런 말을 했던 게 ‘실화냐’며 놀랄 만큼 착착 들어맞고 있다.

이대호는 입단식에서 “롯데가 지난해 NC에 약했던 것은 잘 안다”며 “(내가 돌아온 이상) 지난해 같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 마산·창원에도 롯데 팬이 많다. 그분들이 사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는 NC를 맞아 1승 15패를 기록했다. 1패 뒤 1승을 챙겼고, 그 후 내리 14연패였다. 분노한 롯데 팬이 “느그가 프로가(너희가 프로냐)”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경기장에 내걸었다. 지난해 롯데는 5위 SK에 3게임 차로 8위를 했다. 롯데가 NC와 5할 승부만 했어도 가을야구는 판도가 달라졌을 수 있다.

롯데는 공교롭게도 올해 개막 3연전에서 NC를 만났다. 이대호는 3월 31일 개막전에서 홈런 등 4타수 3안타를 쳤다. 이대호는 올해 NC전 16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0.382, 5홈런·14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창원에서 치른 8경기는 타율 0.407, 2홈런·4타점이다. 롯데는 올해 NC를 상대로 9승 7패로, 상대전적에서 우위에 섰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사직구장은 ‘지구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 불렸다. 2008~2012년, 사직은 매년 100만 관중을 넘었다. 팬들은 롯데의 상징인 주황색 비닐봉지를 머리에 썼고, 신문지를 찢어 흔들었다. 하지만 이대호와 함께 팬들도 사직을 떠났다. 성적은 떨어졌고 내분도 있었다.

이대호. [연합뉴스]

이대호. [연합뉴스]

이대호는 입단식에서 “롯데 팬들이 야구장에 많이 올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강민호에게는 “우리 둘이 힘을 합쳐 사직구장을 다시 (지구에서 가장 큰) 노래방으로 만들자”고 했다. 올해 롯데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100만 관중 돌파가 유력하다. 100만까지 3만 명도 남지 않았다. 올 시즌 경기당 관중 수는 1만4102명. 사직에서 아직 3경기(19일 기준)가 남아 있다.

이대호는 또 입단식 당시 “팀(롯데)이 5강에 들어야 한다. 포스트시즌을 수월하게 치르려면 더 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19일 현재 3위 NC에 1경기 차 뒤진 4위다. 분위기를 감안할 때 롯데의 추월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롯데의 상승세는 19승 7패를 기록한 8월의 질주가 있어 가능했다. 5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35년 만에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승(75승) 기록도 갈아치운다. 2012년 이후 5년 만의 가을야구 기대에 선수들도, 팬들도 설렌다. 8월의 질주를 이끈 건 역시 이대호다. 8월 한달간 이대호는 10홈런(1위)·26타점(공동 2위)을 기록했다. 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내가 중심을 잡아야한다”며 롯데 키플레이어로 자신을 지목했다. 각오처럼 복귀 첫 해 ‘4번 타자’의 상징인 30홈런(33개)-100타점(107개)을 넘었다.

이대호는 시즌 전 “지난해 군에서 전역한 전준우, 원래 자리를 지키던 손아섭이 내 앞에서 좋은 활약을 해줄 거다. 내 뒤는 강민호와 최준석이 지키고 있다. 다들 노력한다면 팀 성적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목한 선수들 모두 올해 최고 활약을 펼쳤다. 손아섭은 2009년 데뷔 후 처음 20홈런을 쳤다. 전준우도 개인 최고인 타율 0.318을 기록 중이다.

개막 직전 미디어데이에서 이대호는 “롯데에 돌아온 이유는 우승하기 위해서다. 선수단이 하나가 돼 분위기를 타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롯데는 지금까지 이대호가 얘기했던 대로 풀리고 있다. 그의 마지막 ‘예언’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건 1992년, 25년 전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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