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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게는 해줘야” 일본 유명 영화 감독, 열정페이 일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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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인간의 내면에 대한 섬세한 관찰로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중앙포토]

일상과 인간의 내면에 대한 섬세한 관찰로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중앙포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걸어도 걸어도’ 등으로 유명한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55.是枝裕和 ). 가족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그가 스릴러와 법정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영화 ‘세 번째 살인(三度目の殺人)’이 올 겨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상과 인간의 내면에 대한 섬세한 관찰로 호평 받은 감독의 신작인 데다 종이 한 장 차이 진실과 거짓이 난무하는 법정을 다룬다는 점 때문에 벌써부터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영화 '세 번째 살인'의 포스터.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영화 '세 번째 살인'의 포스터.

최근 그가 허핑턴포스트 재팬과 가진 인터뷰 또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슈가 된 부분은 신작 영화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 이야기보다는 젊은이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한 발언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허핑턴포스트 재팬 인터뷰 #“요즘 20대 청년들의 임금 수준 정말 심각 #“일 재밌다고 배부른 건 아니다" 일침 #‘열정페이’ 강요하는 무책임한 어른들 질책 #새로운 스타일 신작 ‘세 번째 살인’ 겨울 개봉

고레에다 감독은 과거 “일어나 있는 시간의 약 80% 동안 일을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회적으로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의 밸런스)’이 중시되는 가운데 그의 생활패턴이 마치 ‘일이 전부’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질문에 그는 “일하는 게 내겐 크게 힘든 일이 아니라서”라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어쩌다보니 나는 노동을 즐겁게 느끼는 사람이고, 매우 축복받은 형태로 일을 하고 있다. 거기에 돈까지 벌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면서 ‘일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일하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같은 것’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오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대 청년들의 '열정페이'를 비판하며 "나와 어른들의 책임이자 꼭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최근 한 인터뷰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대 청년들의 '열정페이'를 비판하며 "나와 어른들의 책임이자 꼭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고레에다 감독은 “어떤 상황에서도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이) 재미있으니까 그걸로 됐다”는 건 어른들의 무책임한 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영화)업계에서 일하는 20대 청년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어떡하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열정페이를 강요하다 보면 정말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영화업계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20대가 이 일을 하면서 제대로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받게끔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이 나와 영화판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영화 '세 번째 살인' 중 변호사 시게모리 역을 맡은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영화 '세 번째 살인' 중 변호사 시게모리 역을 맡은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세 번째 살인’(가제)은 승리밖에 모르는 변호사 ‘시게모리’가 자신을 해고한 공장 사장을 죽인 뒤 자백하고 수감된 살인범 ‘미스미’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법정 드라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이후 줄곧 따뜻한 가족 영화를 만들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해 개봉한 ‘태풍이 지나가고’ 이후 오랜만에 가족 영화와의 작별을 고하고 만든 작품이라 제작 발표 시기부터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그 동안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살인 사건이라는 강렬한 소재를 통해 ‘진실’에 대한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보여줄 예정으로 다시 한 번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서늘한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세 번째 살인'은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야쿠쇼 코지, 두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 '세 번째 살인'은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야쿠쇼 코지, 두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호흡을 맞춘바 있다.

일본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호흡을 맞춘바 있다.

특히 일본을 대표하는 초특급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냉철한 변호사 ‘시게모리’ 역은 톱스타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맡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완벽한 호흡을 보인 바 있는 그가 다시 한 번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30년 전에도 살인을 저지른 바 있는 미스터리한 살인범 ‘미스미’ 역은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가 맡아 열연했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영화 ‘갈증’ 등으로 주로 선 굵은 연기를 해온 그는 살인범의 내밀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 명배우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킬 예정이다.

일본배우 야쿠쇼 코지. 영화 '갈증'을 통해 이미 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배우 야쿠쇼 코지. 영화 '갈증'을 통해 이미 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배우 히로세 스즈. 고레에다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출연했을 때의 풋풋한 모습.

일본배우 히로세 스즈. 고레에다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출연했을 때의 풋풋한 모습.

한편 미스미가 저지른 두 번째 살인의 피해자인 공장 사장의 딸이자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키에’ 역에는 떠오르는 대세 배우 히로세 스즈가 출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통해 풋풋한 소녀의 모습을 선보인 후 최근작 ‘분노’에서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호평 받았다.

‘세 번째 살인’은 제 7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과 함께 제 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국내에선 올 겨울 개봉 예정이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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