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문 대통령에 “미국 최신 무기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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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소식통 “전화 통화 때마다 수차례 언급” … 靑 “협의 진행” 수위 낮춰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다음 날인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 내 B-2 전략폭격기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첨단무기가 우리의 적들을 산산조각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화=연합뉴스]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다음 날인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 내 B-2 전략폭격기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첨단무기가 우리의 적들을 산산조각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최신 무기 구매를 수차례 직접 언급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16일 밝혔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대응 차원에서 한국이 미 전략자산의 상시 또는 순환 배치를 거듭 요구한 데 대해 미국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세 차례 통화를 했다.

미, 전략자산 배치도 부정적 반응 #김정은 “미국과 힘의 균형 이뤄…” #백악관 “군사적 옵션 배제 안 해”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할 때마다 미국의 최신 무기를 사도록 요청했다”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의 무기 구매 허용’ 발언도 한국과 전혀 논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트윗을 통해 “일본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매우 정교한 군사장비를 상당히 증가한 규모로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군사 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개념적으로 승인(conceptual approval)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한국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미국이 한국에 필요한 첨단무기 또는 기술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해 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를 한 단계 낮춘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발언은 이보다 훨씬 직접적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미 전략자산의 상시·순환 배치에 대해 기존의 부정적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현재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당초 한·미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순환 배치가 최종 합의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와 관련, “화성-12형의 전력화가 실현됐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전력화 실현은 실전 배치를 의미한다.

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또 화성-12형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며 “이제는 국가 핵무력 완성 목표가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만큼 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해 끝장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최종 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뤄 미국 집권자들 입에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대북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선호하는 방안은 아니다”며 “제재 효과가 막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국가가 최선을 다해 협력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날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날 성명엔 추가 제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철재·강태화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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