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전망, 2년 전 비해 원전 9기 분량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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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성균관대 경제학과 김창식(왼쪽부터) 교수,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강승진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 김상일 전력거래소 장기수요전망팀장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력수요 전망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서울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성균관대 경제학과 김창식(왼쪽부터) 교수,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강승진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 김상일 전력거래소 장기수요전망팀장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력수요 전망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향후 15년간의 장기 전력 수요 전망이 2년 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을 위한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15일 2030년 전력 수요를 100.5GW로 확정했다.

2030년 수요 100.5GW로 확정 #7차 계획보다 12.7GW 줄여 발표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전망 때문" #누진제·4차 산업혁명 효과 간과 #탈원전 고려한 ‘맞춤 통계’ 논란

2년 전 만들어진 7차 계획(113.2GW)보다 12.7GW 줄었다. 지난 7월 워킹그룹이 발표한 전력 수요 초안(101.9GW)보다도 1.4GW 더 감소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애초 전력 수요 전망치는 7월 초안보다 약간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전력 수요 전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제성장률(약 70% 비중) 전망치가 올해에는 상승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7월 이후 민간 연구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고 기획재정부도 올해 전망치를 2.6%에서 3.0%로 높인 점이 고려됐다.

하지만 수요전망 워킹그룹 위원장인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측한 8차 기본계획 기간 중 연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3%로 7차의 3.38%보다 0.95%포인트 낮아졌다”며 “초안에 사용한 2.47%보다도 0.04%포인트 낮아지면서 0.4GW 정도 수요가 준다”고 말했다.

수요전망 워킹그룹 위원인 김창식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KDI 통계는 기재부 경제성장 전망을 토대로 만든다”며 “기재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2017년만 초안보다 높았고 이후엔 모두 전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초안 때 반영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효과(0.6GW)도 넣지 않았다. 초반만 영향을 주고 갈수록 체감도가 떨어질 것으로 봤다. 반면 수요관리(전기 소비 절약) 목표치는 초안보다 0.4GW 늘려 잡았다. 강승진(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수요관리 워킹그룹 위원장은 “개인이 사용하는 자가 태양광을 통한 수요관리 요인을 추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요 전망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통상 원전이나 대형 화력발전소 1기의 발전용량은 1~1.4GW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비교해 2년 만에 원전 9~12기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이러면 정부가 향후 발전소를 추가로 더 지어야 하는 부담은 감소한다. 일각에서 이번 결과가 정부의 탈원전 방침을 고려한 ‘맞춤형 통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실제로 워킹그룹은 4차 산업혁명 활성화로 인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전망에 반영하지 않았다. 2030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를 보급한다는 정부 계획에 따른 수요 증가 효과(0.3GW)만 계산했다.

이에 대해 유승훈 교수는 “4차 산업혁명 활성화로 빅데이터 센터에서는 전력이 늘어나지만 스마트공장 등의 증가로 전력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어 한쪽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2년 뒤 9차 계획을 세울 때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창식 교수는 “수요 전망 과정에서 정부가 영향을 끼친 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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