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강화나선 EU, 김정은 제재 대상 포함도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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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왼쪽)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왼쪽)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해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과 회담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 원유 공급 전면 중단 합의가 어려운 만큼 중국이 스스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추가로 일본 상공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자 성명을 내고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했다.  성명에서 틸러슨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도 그들 자신만의 직접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북한의 무모한 미사일 발사를 참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의 원유 대부분을 공급하고, 러시아는 북한 강제노동의 최대 고용주"라고 비판하면서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1일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새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의 천장이 아닌 바닥”이라고 말해 더 강한 결의가 뒤따를 수 있음을 내비쳤다.
 대북 제재 결의안 이행에 나선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따른 대북 제재 강화 조치를 이날 발표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연관된 북한 개인 9명과 단체 4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제재 단체에는 북한 국책 무역은행도 포함됐다.

유럽의회 [연합뉴스]

유럽의회 [연합뉴스]

 북한산 석탄과 철, 철광석 등 광물과 수산물의 수출을 금지하고, EU 국가에서 외화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추가로 일하지 못 하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EU 집행위는 “더 이상 북한 국민이 우리 영토에서 일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세계 40여국에 파견한 노동자는 약 5만명으로, 이들을 통해 12억~23억 달러 상당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U에선 폴란드를 중심으로 수백명이 일하고 있다.
 EU는 북한과의 합작투자나 협력단체 신설을 금지하고, 기존 투자의 확대도 제한했다.
EU 집행위는 “추가 제재는 북한의 무기밀수, 합작투자, 국제 금융시스템 접근, 외화 창출 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이를 보완하는 대북제재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EU는 북한 6차 핵실험 후 지난 11일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와 관련된 추가 조치도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다. 북한의 섬유 수출 금지 등이 추가로 적용된다. 최근 영국 정부는 북한에 파견돼 영어교사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던 인원은 모두 철수시켰다.

유럽연합 외교장관들이 에스토니아 수도에 모여 대북 추가 제제안 마련에 합의했다. [나토 홈페이지]

유럽연합 외교장관들이 에스토니아 수도에 모여 대북 추가 제제안 마련에 합의했다. [나토 홈페이지]

 EU는 자체 대북 제재안도 마련 중이다. AFP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EU의 새 제재는 김정은 정권의 핵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는 북한 경제 부문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서는 제외됐지만 김정은을 직접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국가들은 자국 주재 북한 외교관 파견을 막을 것인지, 아니면 북한과의 통로를 열어놓는 것이 그래도 좋을 것인지도 저울질 중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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