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월세 깎아달라" 롯데면세점이 공문 보낸 사정

중앙일보

입력

4일 인천공항 출국장의 면세점 구역. [사진 연합뉴스]

4일 인천공항 출국장의 면세점 구역. [사진 연합뉴스]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를 조정해달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13일 롯데면세점은 '면세점 산업의 위기 상황을 고려해 최소 보장액이 아닌 품목별 영업료율에 따라 금액을 책정하는 임대료 구조 변경안을 전날 인천공항공사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공문을 보내기에 앞서 지난달 말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업체들과 함께 공사 사장을 찾아가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고, 이달초 사업권 철수 검토를 시사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어 공식적인 문서를 다시 한번 제출했다"며 "인천공항 전면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상황이 시급한 만큼 일주일 이내에 협의 일정을 회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롯데면세점이 제시한 조정안은 '임대료를 상품별 매출액에 따라 최소 20%에서 최대 35%까지 영업료율로 책정해 공사에 납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매출과 관계없이 매달 최소 보장액을 임대료로 납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이같은 '읍소'는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떨어지고 면세점 정책 변화로 사업성이 악화돼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4일 인천공항 출국장의 면세점 구역. [연합뉴스]

4일 인천공항 출국장의 면세점 구역. [연합뉴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만 2000억원 이상, 5년 계약기간을 유지하면 최소 1조4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된다"며 "인천공항공사와 가장 오랜 기간 사업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만큼 원만한 임대료 합의를 통해 어려운 영업 환경을 극복하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에 제시한 이 방안은 지난달 제주국제공항에서 사업 철수를 선언한 한화갤러리아가 연말까지 연장 영업을 하면서 한국공항공사와 합의한 임대료 시행안이다.

롯데면세점은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함께 이곳에서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터줏대감이다.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운영하는 3기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서는 가장 넓은 면적을 따 내기도 했다. 현재 롯데면세점에 책정된 5년간 임대료는 총 4조1000억원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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