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분석]유엔 제재안에 실망하는 미국, 양보 배경은

중앙일보

입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A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AP=연합뉴스]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약화된 유엔 제재안에 미국 언론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재시간)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안에 동의하는 승리를 얻어냈다고 주장할 지 모르나 결과는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친다"며 "이 정도로는 김정은(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핵 프로그램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도록 설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CBS 뉴스도 당초 초안에 들어가 있던 김정은 위원장의 '블랙리스트(제재명단) 추가'가 제재대상에서 빠진 것을 언급하며 "미국은 아마도 중국 지지를 얻기 위해선 그것(김정은 제재)이 버려지는 카드가 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원유차단 등 기대했던 초강경 제재안 관철에는 실패했지만 북한의 위화벌이 수입원인 섬유·의류 제품의 전면 수출금지 조치가 관철된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지난달 5일 수출금지된 석탄과 함께 섬유·의류제품마저 봉쇄됨에 따라 북한의 돈줄이 급격히 막힐 것이란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 북한이 생산해 '메이드 인 차이나'로 팔리던 북한산 의류제품과 석탄은 북한 수출의 양대 산맥으로 여겨져 왔다"며 "여기에 기존의 수산물·철의 수출 전면금지를 고려하면 북한의 수출 규모 90%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유류 전면 차단이 아닌 공급 한도를 설정하긴 했지만 석탄이 그랬듯 단계적으로 전면 금지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애초의 강경 입장을 고수해 자칫 안보리 결의안 채택 무산 혹은 안보리의 균열을 초래하는 것보다, 제재 수위를 낮추더라도 안보리가 북핵 문제에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전 유엔 대북제재 담당관 조지 로페즈 노트르담대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가 말은 터프하게 했지만 실은 중국·러시아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제재수위를) 낮출 의사가 있었던 것"이라며 "헤일리는 (초강경 제재안을 고수하기 보다는) 안보리의 단합된 제재안 쪽이 더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AFP=연합뉴스]

지난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제재 결의로 북한이 느끼는 고통은 증가하겠지만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거나 미국과의 협상에 당장 나설 정도의 유인책이 될 수 없을 것이란 게 지배적 분석이다.
외교협회(CFR)의 유엔 전문가인 리처드 고완은 '포린폴리시'에 "헤일리 대사가 초반에 너무 높은 기대치를 세우는 전술적인 실수를 했다"며 "미국으로선 어차피 안 되는 제재안에서 후퇴한 듯 보이는 느낌만 갖게 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제재안에 대한 기대는 사실 상대적으로 낮다"며 "앞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은행을 처벌하는 압박카드를 (유엔 제재안과) 동시에 쓰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핵 해법을 중국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단번에 '강도'를 높이기 보다 가급적 중국과의 이인삼각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속도'를 높여가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