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김여정 대신 유엔 제재대상 오른 박영식은 북의 新실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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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2일 채택한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북한의 박영철 인민무력상(국방부 장관 격)과 3개의 단체를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 또 북한군의 노선과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군사위원회와 당속의 당으로 불리는 조직지도부, 지도자의 이미지 구축과 정책을 전달하는 선전선동부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안보리 軍살림 책임자, 軍노선 결정 기관 제재에 포함 #김정은의 손발 부서에 대한 제재도 #당국자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제재는 김정은, 김여정 겨냥"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이 지난해 3월 김정은 옆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이 지난해 3월 김정은 옆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의 기무사령부 격인 총정치국 출신인 박영식은 김정은 시대의 떠오르는 인물로 꼽힌다. 미국 국무부는 이미 지난해 3월 독자제재 대상에 그를 포함시켰다. 작전권(북한은 총참모장이 행사)이 없지만 현재 국방관련 살림살이를 도맡고 있다. 작전권을 제외한 모든 행정과 살림살이를 그가 맡고 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직ㆍ간접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정보 당국의 평가다. 정전협정체결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26일 연설에서  "적들이 오판하면 사전통고 없이 핵 선제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한 적도 있다.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이 정전협정체결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26일 연설에서"적들이 오판하면 사전통고 없이 핵 선제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사진 연합뉴스]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이 정전협정체결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26일 연설에서"적들이 오판하면 사전통고 없이 핵 선제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사진 연합뉴스]

그는 평양방어사령부의 정치위원으로 있다가 2014년 4월 군부의 인사권을 틀어쥔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을 거쳐 2015년 5월에는 총정치국장, 총참모장에 이어 북한군 서열 3위인 인민무력상으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5월 열린 노동당 7차 대회에서 당 정치국 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고, 다음달에는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무위원회에 들어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그를 베트남으로 보내 쯔엉 떤 상 주석을 면담토록 하는 등 군사외교도 그에게 맡길 정도로 신임하고 있다.
김정은이 군부대 지원사업과 관련한 현지지도에 나설때 빼놓지 않고 수행해왔고, 김정은 옆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장면이 공개된 적도 있다.

김여정 선전선동부장이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 기념 열병식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을 챙기고 있다. [조선중앙TV촬영]

김여정 선전선동부장이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 기념 열병식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을 챙기고 있다. [조선중앙TV촬영]

중앙군사위원회와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등 북한의 핵심기관을 제재 대상에 넣은 것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성과라는 평가다. 물론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제외된 건 한계다. 미국은 당초 김정은과 김여정을 제재대상으로 지목했지만 중국등 안보리 이사국들과의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다고 한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김정은에 대한 제재나 비판에 가만히 있을 경우 담당자들이 문책을 당하는만큼 김정을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을 경우 참모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에 대한 제재는 이들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선전선동부는 김여정이 속해있는 기관이다. 조직지도부는 노동당의 인사와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당국자는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포함시킨 건 이들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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