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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석유수출량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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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A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이 새 대북 추가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전날 치열한 협의를 거친 만큼 중국과 러시아도 새로운 제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북 석유 전면 금수 조치, 김정은 노동당위원장 직접 제재 등 당초 미국이 주장했던 고강도 제재는 결국 불발됐다.
앞서 미국이 1주일 간 중ㆍ러와 협의를 거쳐 대북제재 최종 수정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결의안은 무리없이 채택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대외에 충분히 단결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안보리 표결에 찬성을 시사했다.
지난주 미국이 내놓은 초안에 비해 어제 중ㆍ러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제재안 최종본은 제재의 강도 면에서 상당히 완화됐다. 우선 대북 석유제품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려다가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하고, 원유 공급은 예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원유와 정유를 합친 북한의 전체 유류수입에서 약 30%의 차단 효과가 생기고, 석유 정제품으로만 따지면 55%의 차단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원유는 현행대로 수입하면서 25만t 가량의 무상지원도 계속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이 현재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원유를 비축하고 있다는 점도 유류 제재 효과를 크게 제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대북 유류 제재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11일(현지시간) UN 안보리가 발표한 9차 대북제재 결의안.20170911.심재우 특파원

11일(현지시간) UN 안보리가 발표한 9차 대북제재 결의안.20170911.심재우 특파원
11일(현지시간) UN 안보리가 발표한 9차 대북제재 결의안.20170911.심재우 특파원
11일(현지시간) UN 안보리가 발표한 9차 대북제재 결의안.20170911.심재우 특파원
11일(현지시간) UN 안보리가 발표한 9차 대북제재 결의안.20170911.심재우 특파원
11일(현지시간) UN 안보리가 발표한 9차 대북제재 결의안.20170911.심재우 특파원
11일(현지시간) UN 안보리가 발표한 9차 대북제재 결의안.20170911.심재우 특파원
11일(현지시간) UN 안보리가 발표한 9차 대북제재 결의안.20170911.심재우 특파원
11일(현지시간) UN 안보리가 발표한 9차 대북제재 결의안.20170911.심재우 특파원
11일(현지시간) UN 안보리가 발표한 9차 대북제재 결의안.20170911.심재우 특파원
11일(현지시간) UN 안보리가 발표한 9차 대북제재 결의안.20170911.심재우 특파원

 그렇지만 일각에선 원유제재라는 첫 발자국을 내디뎠다는데 의의를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의 경우도 지난해 말 처음으로 제한적인 물량만 금지하다가, 지난달 모든 물량으로 확대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원유공급 중단이라는 항목을 넣으면서 추후에 공급량을 줄여나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랴오닝성 단둥시와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을 잇는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중앙포토]

중국 당국은 랴오닝성 단둥시와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을 잇는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중앙포토]

게다가 현재 북한으로 유입되는 석유와 원유의 정확한 양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 제재안에선 회원국들이 대북 수출량을 매번 안보리에 보고토록 했다.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조치다. 이를 통해 중ㆍ러의 대북 수출 내역을 상세하게 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 금지 조항을 초안대로 살려 체면을 살렸다. 다소 완화된 북한 노동자 해외 취업 제재까지 합해 10억 달러의 제재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제재 대상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의 이름은 삭제됐다. 북한의 ‘최고 존엄’에 대한 제재가 북한을 크게 자극한다는 이유로 중ㆍ러가 삭제를 강하게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미국 측에서도 김 위원장의 해외 은닉재산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징적인 효과보다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제재에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초안에서 리스트에 올린 5명의 제재 대상 가운데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 김여정의 이름 등 4명이 빠지고, 박영식 인력무력상만 리스트에 올랐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05회 생일을 맞아 지난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했다. 열병식이 시작되기 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열병식과 관련한 문건으로 추정되는 자료를 오빠에게 전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05회 생일을 맞아 지난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했다. 열병식이 시작되기 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열병식과 관련한 문건으로 추정되는 자료를 오빠에게 전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캡처]

북한 유일의 항공사인 고려항공도 제재 명단에서 빠졌다. 북한 해외노동자 수출과 공해 상의 북한 선박 강제검색 관련해서도 초안에 비해 내용이 다소 완화됐다. 당초 미국은 북한 해외노동자에 대한 고용과 기존 노동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등 ‘전면금지’를 추진했으나, 최종안에는 신규 고용 시 안보리에서 허가를 받는 방안으로 바뀌었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최소 5만 명 이상이 연간 12억~23억 달러를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력을 동원한 공해상 선박검색도 완화됐다. 핵물질과 무기 등 금수품목을 싣고 있다는 합당한 정보가 있을 때에만 공해 상에서 검색하도록 수위를 낮췄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지 9일 만에 어렵게 제재안을 마련했지만 숙제도 남았다. 특히 북한과 중·러 접경지역에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여러 물품의 밀거래 량이 상당한 데도 양국이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서울 김상진 기자 shim.jae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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