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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재판관 뽑아 헌재소장 임명하는 게 현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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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헌법재판소가 소장 공백 상태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지 223일째인 11일 열린 김이수(63)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안 표결이 부결되면서다. 헌재가 설립된 이래 소장 인준안이 부결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헌재 관계자들은 “할 말이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법조계 “기존 7명, 후임 가능성 낮아” #6명이 전 정부 임명 또는 보수 성향 #강일원은 남은 임기 1년밖에 안 돼

2006년 8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헌재소장으로 지명한 전효숙 전 재판관은 임기 6년을 새로 얻기 위해 재판관직에서 물러났다가 논란 끝에 후보자 자격을 내려놓았다. 2013년 1월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동흡 전 재판관은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으로 지명 41일 만에 스스로 사퇴해 본회의 표결까지 가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현재 2년마다 열리는 세계헌법재판소 총회 참석차 리투아니아에 출장 중이다. 그의 임기는 내년 9월 19일까지여서 원칙적으로 헌재소장 권한대행직과 재판관 업무를 계속하게 된다. 그러나 17일 귀국한 뒤 그가 계속 권한대행직을 맡을지는 미지수다. 권한대행에서 물러날 경우 후임은 재판관회의에서 정하는데, 헌재 규칙과 관례 등에 따라 남은 7명의 재판관 중 최고참(임기가 같을 경우 연장자순)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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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헌재소장 지명에는 여러 변수가 있다. 헌재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이수 대행을 다시 소장 후보자로 지명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나머지 7명의 재판관 중 한 명을 지명할지에 대해선 법조계에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6명의 재판관은 전 정부에서 지명됐거나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조용호·서기석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창종·이진성·이선애 재판관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안창호 재판관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추천을 받았다. 여야 합의로 국회가 지명한 강일원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이었고 임기는 1년 남았다.

재판관과 헌재소장을 겸직할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한다면 문 대통령의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공석인 재판관은 앞서 문 대통령이 지명한 이유정 변호사가 사퇴한 자리여서 다시 대통령이 지명해야 한다. 역대 대부분의 소장(조규광·김용준·윤영철·이강국)이 재판관 지명과 동시에 소장 후보가 됐다.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헌법학) 교수는 “새 재판관을 지명해 소장으로 임명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이지만 인선에 시간이 걸려 소장 공백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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