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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여도 충분하다 암스테르담 스톱오버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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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항은 비싸긴 해도 편하다. 경유는 저렴한대신 불편하다?” 이런 이분법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주머니는 얇지만 시간 많은 학생들만이 아니라 똑똑한 여행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경유도시까지 여행하는 이른바 스톱오버(Stopover) 여행이 인기다. 항공업계에서는 경유지 체류시간이 24시간을 넘어야 스톱오버라 하지만 요즘은 편견이 깨지고 있다. 환승 시간이 5시간만 되어도 공항을 빠져나가 도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항공사도 이런 승객을 겨냥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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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오버 여행에 적합한 도시는 몇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대중교통이 편해야 하고 도시가 너무 크면 안된다. 무엇보다 여행객을 흡인하는 매력이 넘쳐야 한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이 바로 그런 곳이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앞 '아이 암스테르담' 전시물.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으로 늘 북적인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앞 '아이 암스테르담' 전시물.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으로 늘 북적인다.

지난 여름, 유럽 출장길에 경유지인 암스테르담에서 1박2일 스톱오버 여행을 체험했다. KLM네덜란드항공 856편이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에 착륙한 시간은 오전 5시. 탈리스 열차를 타고 20분만에 중앙역으로 이동해 예약해둔 인근 호텔을 찾았다. 체크인이 오후 2시여서 짐을 맡기고 가벼운 차림으로 호텔을 나왔다. 중앙역 카페에서 잔잔한 운하를 바라보며 바삐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서 아침을 먹었다.
본격적인 시티투어에 나섰다. 역안에 있는 방문자센터에서 아이암스테르담 시티카드를 샀다. 암스테르담 여행의 만능열쇠로 불리는 시티카드는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40여 개 박물관 입장권, 운하 크루즈 탑승권은 물론 풍차마을 잔스 칸스(Zaanse Schans)와 같은 도시 외곽 관광지 입장권을 포함하고 있다. “반 고흐 박물관만 제대로 봐도 반나절이 후딱 지난다”는 말을 듣고 암스테르담 시내 여행만 집중하기로 했다.

반 고흐 미술관. 찬찬히 작품을 감상하면 반나절이 지나기 십상이다. 한국어가 지원되는 오디오 가이드도 있다.

반 고흐 미술관. 찬찬히 작품을 감상하면 반나절이 지나기 십상이다. 한국어가 지원되는 오디오 가이드도 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역시 반 고흐 박물관. 한국어가 지원되는 오디오 가이드를 받아 연대기 별로 고흐의 작품을 감상했다. ‘별이 빛나는 밤’, ‘노란집’, ‘밤의 카페 테라스’ 같은 유명 작품의 원본을 본 것보다 초기 목탄화부터 일본 그림의 영향을 받은 시절의 작품 등 고흐의 다양한 화풍을 감상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박물관 카페에서 크로아상을 사먹고, 박물관 매점에서만 파는 기념품을 사다 보니 3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물론 고흐의 작품을 전부 보지는 못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200m 거리에 있는 국립미술관. 렘브란트를 비롯한 17·18세기 네덜란드 거장들의 작품을 찬찬히 감상하니 또 두세 시간. 작품 3000점을 전시한 미술관의 10%도 못 본 것 같았다.

국립미술관에서 렘브란트의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국립미술관에서 렘브란트의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암스테르담은 인구보다 자전거가 많은 자전거 친화도시다.

보도 못지않게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사르파티공원에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쉬는 사람들.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인근 자전거숍을 찾았다. 인구(82만 명)보다 자전거(88만 대)가 많은 도시에 왔으니 뚜벅이 여행보다 두 바퀴 여행을 즐기는 게 어울릴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찾은 곳은 알베르트 카이프 스트리트(Albert Cuyp street) 시장. 약 300개 노점상이 몰려 있는 시장으로, 싸고 맛난 길거리음식과 가벼운 쇼핑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이다. 시장을 쏘다니며 간 새우 튀김을 넣은 샌드위치, 훈제 치킨, 마요네즈에 버무린 연어를 먹고도 10유로가 들지 않았다.

알베르트 카이프 스트리트 시장. 저렴한 맛집과 아기자기한 가게가 몰려 있다.

알베르트 카이프 스트리트 시장. 저렴한 맛집과 아기자기한 가게가 몰려 있다.

시장에서 만난 친절한 상인.

시장에서 만난 친절한 상인.

다시 자전거를 몰고 운하를 따라 달리다가 본델공원(Vondelpark)을 한 바퀴 돌았다. 자전거 여행도 좋았지만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친화 정책이 인상적이었다. 보도(步道)보다 넓은 자전거 도로와 곳곳에 수백 대는 너끈히 수용할 수 있는 자전거 거치대, 배려 운전이 몸에 밴 사람들까지. 암스테르담이 세계 최고의 자전거 도시라 불리는 이유를 알 만했다.

암스테르담 운하 크루즈.

암스테르담 운하 크루즈.

크루즈 내부.

크루즈 내부.

스톱오버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운하 크루즈. 자전거를 반납하고 본델공원 앞에서 배를 탔다. 거미줄처럼 도시 곳곳을 잇는 운하를 따라 크루즈는 유유히 미끄러졌다. 강렬한 햇살을 쐬며 건축가 한 명이 디자인한 것처럼 질서정연한 주택들, 운하에 걸터앉아 맥주를 홀짝이는 사람들, 집으로 쓰이는 하우스보트를 구경하다 보니 1시간15분이 금세 지났다.

크루즈에서 본 암스테르담의 아기자기한 건물들.

크루즈에서 본 암스테르담의 아기자기한 건물들.

오후 7시가 넘었는데도 해는 저물 기미가 없었다. 오전 5시부터 긴 하루를 보낸 터라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미술·미식·자전거·크루즈 여행까지. 짧은 하루만에 이 도시의 넘치는 매력을 느꼈으니 말이다.

박물관·시장 쏘다니며 한나절 알찬 여행 #자전거 친화도시, 평지여서 부담없어 #시티 카드 사면 운하 크루즈 탑승권까지

◇여행정보=KLM네덜란드항공(klm.com)이 인천~암스테르담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인천에서 오전 12시55분 출발, 암스테르담에 오전 5시 도착하며, 암스테르담에서는 오후 7시35분 출발, 이튿날 오후 2시40분 서울에 도착한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갈 때든 돌아올 때든 암스테르담에서 알찬 스톱오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일정이다. 아이암스테르담 시티카드 24시간권 57유로(약 7만7000원), 48시간권 67유로. 맥바이크(macbike.nl) 자전거 대여는 3시간 11유로. 시티카드 소유자는 25% 할인.

암스테르담 시티카드

암스테르담 시티카드

글·사진=최승표·양보라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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