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벤처 맏형 남민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키우는건 또하나의 복지 정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대표 1세대 벤처기업인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이 지난 달 31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구 다산네트웍스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내 대표 1세대 벤처기업인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이 지난 달 31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구 다산네트웍스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통신장비 기업 다산네트웍스를 이끄는 남민우(55) 회장은 국내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꼽힌다. 그가 1993년 설립한 다산네트웍스는 국내 대표적인 통신 장비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 통신 사업자들에게 납품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을 이끌었던 남 회장은 의료기기 전문업체 메디슨의 창업자인 이민화 KAIST 교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등과 함께 벤처기업계의 맏형으로 불린다. 그는 틈날 때마다 벤처업계와 정부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인터뷰 #"소상공인 자영업자 키우는건 복지 정책의 일환" 강조 #대기업 위주의 정책 탈피하고 실질적인 대책 지원해야 #후배 기업들 양성에 힘써…"승률 높은 비결 전수해줄 것"

지난달 31일 경기도 분당 사옥에서 만난 남 회장은 “산업화 시절 정부가 대기업을 적극적으로 밀어줬던 것처럼 이제는 중소·벤처기업들을 또 다른 대기업으로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 실행이 얼마나 적극적인지 아닌지가 곧 중소기업들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다산네트웍스도 2008년부터 인도·일본 등 해외 시장에 진출했지만, 정부로부터 그 어떤 정책 금융 지원을 받지 못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대기업 위주로 만들어져있다. 새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산업ㆍ금융 관련 정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가져와서 직접 주도해야 한다. 관료들의 땅따먹기가 되면 안 된다.”

남 회장은 소상공인 정책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키워내는 것은 정부에게 있어서 또 다른 복지 정책”이라며 “중소벤처기업부와는 별도로 소상공인청을 만들어서 500만 자영업자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 1세대 벤처기업인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이 지난 달 31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구 다산네트웍스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내 대표 1세대 벤처기업인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이 지난 달 31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구 다산네트웍스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남 회장이 이끄는 다산네트웍스 등 다산 그룹의 주요 12개 계열사의 한 해 총 매출은 6000억원이 넘는다. 다산네트웍스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기업으로는 최초로 나스닥 상장 기업인 존테크놀로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인수 후 사명을 바꾼 다산존솔루션즈는 단숨에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7위 규모로 도약했다.

남 회장은 “이사회 중심의 미국기업 운영 방식을 경험하며 문화 충격을 받았다”며 “이사회는 큰 틀에서 방향을 수립하고 CEO(최고경영책임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세부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다산존솔루션즈의 경영에 관여하려고 하면 미국 사람들은 바로 저지한다”며 “미국 기업의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국내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이식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B2B(기업간거래) 사업에만 몰두하던 그는 최근 B2C(기업(기업ㆍ소비자간거래)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수퍼카의 상징과도 같은 람보르기니의 브랜드와 계약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알파원’을 5월에 출시했다. 소비자 가격이 269만원으로, 0.1%의 VIP를 타깃으로 하는 스마트폰이다. 람보르기니의 상징인 투우 문양과 고급 가죽 등이 특징이다. “럭셔리 시장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노려볼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최근 반려동물을 다루는 콘텐트 사업, 김치 사업 등에도 진출했다.

그는 ‘후배 기업’들을 양성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벤처기업협회장(2012년~2015년)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2013년~2014년)을 역임했으며 2015년 11월부터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으로 중소기업들과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남 회장은 “내가 누구보다 잘 하는게 창업하고 회사를 키우는 일”이라며 “10개 중 4~5개는 키워낼만큼 승률이 높다”고 자신했다. 그는 “내가 이 (벤처기업) 생태계에서 큰 사람인만큼 이곳을 더 좋은 생태계로 만드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더 많은 벤처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들이 지금부터라도 자진해서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며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 체제를 확립하고 자식에게 기업을 그대로 물려주는 관행을 버리자는 선언을 벤처기업인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