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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분양가 상한제로 '억대' 희비...당첨자 웃고, 조합원 울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옛 청실을 재건축한 래미안대치팰리스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저렴하게 분양된 뒤 입주 후 집값이 크게 올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옛 청실을 재건축한 래미안대치팰리스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저렴하게 분양된 뒤 입주 후 집값이 크게 올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희비

상한제 분양 후 4년 새 7억 올라


# 국내 최고의 사교육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2015년 입주한 래미안대치팰리스. 옛 청실 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다. 2013년 10월 10억~11억원선에 분양된 84㎡(이하 전용면적)형이 지난달 18억5000만원까지 오른 가격에 실제 거래됐다. 4년 새 70%가량 뛰었다.

민간택지 상한제 완화로 강남권 재건축 긴장 #상한제 단지 분양가 저렴해 시세 크게 올라 #조합원은 분양수입 줄어 추가분담금 늘어 #은마 등은 환수제에 이어 상한제 충격 #강남권 재건축 주택공급 감소 우려 #집값 오르지 않으면 상한제 걱정 없어

이 기간 서울과 강남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래미안대치팰리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각각 16%, 25%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가격 급등을 보면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래미안’ 브랜드 효과도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에 추가할 원인이 있다.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도 컸다. 이 아파트는 당시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가가 땅값과 건축비 이내로 제한됐다. 상한제로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입주 후 가격은 시세를 좇아 껑충 뛰었다.

재건축 추가 분담금 1억5000만원 증가 

#공사비가 역대 최대(2조6000억원)인 재건축 수주를 두고 국내 대표적인 건설사인 GS건설과 현대건설이 맞붙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건립 규모가 5388가구에 달한다. 조합원 몫을 제외한 일반분양분도 3000가구가량으로 예상된다.

이 아파트는 한강 변, 강남권 초입 등의 좋은 입지여건을 갖춘 데다 대단지여서 재건축 후 강남권을 대표하는 단지로 거듭날 것으로 조합은 기대하고 있다. 일반분양가도 강남권 재건축 최고인 3.3㎡당 4500만원 이상을 예상한다.

그런데 정부가 8·2부동산대책에서 재건축 등 민간택지로 확대키로 한 상한제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5일 윤곽이 드러난 민간택지 상한제 기준을 피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업계는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현재 예상 가격보다 3.3㎡당 500만원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본다. 그럴 경우 분양수입 감소로 조합원당 늘어나는 사업비 분담금은 1억5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분양가 상한제 ‘조준경’ 안에 들어왔다. 민간택지 상한제 기준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5일 8·2대책의 후속조치로 완화된 민간택지 상한제 적용요건을 발표했다.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면서 청약경쟁이 치열한 경우 등이다.

정부는 이같은 기준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빠르면 10월 하순께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상한제 운명은 당장 8~10월 3개월간 집값변동률에 달리게 됐다.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 중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면서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한제를 적용한다. 

①최근 12개월간 해당지역 평균 분양가격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 ②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각각 5대 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청약경쟁률이 10대 1을 초과 ③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증가이다.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 상한제 적용을 피할 가능성이 있지만 강남권은 집값 불안 불씨를 안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분양가는 어떻게 될까.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민간택지에 상한제가 시행된 적이 있다. 2007년 9월 도입됐다. 2015년 민간택지 상한제가 유명무실해질 때까지 일부 단지가 실제로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됐다. 대치동 옛 청실 등이다.

분양가 상승 억제 효과 

당시 상한제 분양가는 주변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분양가와 주변 가격을 비교해보면 비슷했다. 재건축의 경우 일반아파트에 비해 철거비 등 공사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상한제가 분양가를 주변 시세 아래로 크게 낮추지는 못해도 분양가 상승은 억제했다.

이것만으로도 분양가 인하 효과는 본 셈이다. 분양가가 ‘신상’(새 아파트)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대개 주변 기존 집값보다 10% 이상 비싸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강남권에 상한제가 시행되면 현재 3.3㎡당 4200만원대까지 올라간 분양가가 4000만원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의 땅값 등을 추정해보더라도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친 상한제 가격이 3.3㎡당 4000만원을 넘기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상한제는 당첨자에게는 ‘대박’을 안기는 셈이다.

일반 분양분 많을수록 상한제 타격 커 

반면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은 그만큼 늘어난다. 일반 분양분이 많을수록 손해가 더 커진다. 5층 이하의 저층 재건축 단지에 일반 분양분이 많다. 반포주공1단지 1·2·4지구의 경우 일반분양분이 전체 건립가구 수의 절반이 넘는다.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가구수가 많지 않은 중층 재건축 단지는 상대적으로 추가분담금이 적게 증가한다.

지난 1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에 들어간 옛 신반포6차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새로 짓는 757가구 중 20%가 되지 않는 142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분양가가 3.3㎡당 4250만원에서 상한제 적용으로 3800만원으로 내려간다고 가정할 경우 조합원 추가분담금은 3400만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

반포주공1단지를 비롯해 요즘 시공사를 선정하는 단지들이 상한제를 피할 수 있을지 아슬아슬하다. 상한제를 벗어나려면 시행 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내년 부활예정인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자칫 상한제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은 설상가상으로 초과이익환수제에 상한제까지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둘 다 적용되면 현재 기준으로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2억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재건축 사업 지연 가능성 커 

이 때문에 재건축 단지가 상한제를 적용 받게 되면 사업을 늦출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때도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 이후 분양이 한동안 끊겼다.

2007년 9월 민간택지로 상한제가 확대된 뒤 서울 재건축 주택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강남권 사업시행인가 사업장이 2006년 14곳에서 2007년 2곳, 2008년 한 곳으로 줄어든 뒤 2010년 2곳으로 급감했다.

 강남권 재건축 입주물량도 2008년 2만3000여가구에서 2010년 이후엔 1000가구대로 감소했다.

조합 설립 이후 사업장의 경우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로 거래가 막힌 상황에서 무작정 사업을 늦출 수만은 없다.

착공해 어느 정도 지은 뒤 분양하는 후분양이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 후분양도 상한제 대상이지만 착공부터 분양 시점까지 오른 집값 상승분, 공사비 등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다.

이상으로 집값이 오른다면 후분양이 유리하다. 대신 공사비를 먼저 투입해야 해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환수제 충격에 이은 상한제 타격으로 강남권 주택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한제와 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집값이 안 오르는 길 밖에 없다. 물가상승률 수준으로만 집값이 올라도 상한제 적용 기준을 벗어난다. 환수제는 해당 지역 평균을 초과하는 집값 상승분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8·2대책 전에는 강남권 집값이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많이 올랐지만 대책 이후엔 상승세가 확 꺾였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다시 크게 오르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조합 입장에선 방심보단 조심이 낫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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