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핵 열차 ‘예열’이 없다…김정일 때와 같은점, 다른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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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6시 43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어 12시 30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강행했다. 사전 예고는 없었고 오히려 '속임수'로 여겨지는 현지지도만 있었다. 여기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권력을 잡은 뒤 네 차례 실시한 김정은식 핵실험의 패턴이 드러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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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사전 예고가 없다 = 김정일은 2006년 10월 9일 첫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 보다 엿새 앞선 10월 3일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압살정책을 더 이상은 방관하지 못한다”며 “과학연구 부문에서 앞으로 안전성이 담보된 핵시험(핵실험)을 하게 된다”는 성명을 냈다. 북한은 당시 성명에서 구체적인 핵실험 날짜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예고였다.
 외무성은 또 2009년 4월 14일에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위적 핵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4월 5일 장거리로켓)에 대해 비난하고, 대북제재 1718호 이행을 강조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북한은 41일 뒤인 5월 25일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처럼 김정일은 외무성을 통해 핵 실험을 예고한 뒤 일정 기간을 거쳤던 반면 김정은은 네 차례의 핵실험을 하면서 단 한번도 사전 예고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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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김정일은 월요일 선호=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실시한 1ㆍ2차 핵실험 날짜는 2006년 10월 9일과, 2009년 5월 25일로 모두 월요일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화요일(3차ㆍ2012년 2월 12일), 수요일(4차ㆍ2016년1월 6일), 금요일(5ㆍ2016년 9월 9일)등 김정일이 월요일에 실시하던 핵실험 패턴을 깼다. 6차 핵실험도 일요일이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원장은 “김정일 때는 핵개발을 하면서도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었다”며 “미국의 일요일 밤인 취약시간대를 택함으로써 충격을 극대화하려는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정일때보다 진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정치적 상황보다 기술적인 내부 준비 상황에 초점을 뒀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핵무기 제조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목표점에 다가가자 기술적 완성에 집중하고, 대화와 핵무기 개발을 별도로 인식하는듯 하다”고 말했다.

사전 예고 없고, 주변국에 통보도 안하고 #김정일의 월요일 핵실험 패턴 깨고 아무때나 #핵실험+미사일 발사 패턴은 유지 #"좌고우면 없이 핵무기 완성의 길로 가는 모양"

북한이 지난해 2월 7일 인공위성 발사용이라고 주장하며 발사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해 2월 7일 인공위성 발사용이라고 주장하며 발사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달 29일 태평양을 향해 중거리미사일인 화성-12형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달 29일 태평양을 향해 중거리미사일인 화성-12형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사진 노동신문]

③미사일+핵실험 패키지는 닮은꼴= 북한은 1차 핵실험 3개월 전인 2006년 7월 5일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를 쐈다. 2차 핵실험(2009년 5월25일) 한 달여 전인 4월 5일에는 위성발사용이라며 장거리로켓(광명성)을 발사했다. 김정은 역시 미사일과 핵실험을 함께 실시하는 ‘패키지’ 도발 패턴을 유지했다. 2012년 12월 12일 광명성 3호(장거리로켓) 발사하고 두 달여 뒤 3차 핵실험을 하고, 지난해엔 1월엔 핵실험을 하고 한 달 뒤 장거리 로켓을 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미사일은 핵탄두의 운반수단인만큼 동시에 개발하는게 상식”이라며 “실험실에서 연구를 끝낸뒤 외부에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패키지 도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5차와 6차 핵실험을 전후해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무수단ㆍ노동ㆍ스커드미사일, 화성-12ㆍ14형 미사일 등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김정일의 미사일 실험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용'이었다면 김정은은 단ㆍ중ㆍ장거리 미사일을 대거 동원해 다양한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다종화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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