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北 6차 핵실험, 트럼프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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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달 8일) "김정은이 우리(미국)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지난달 22일)→북한, 일본 열도 상공 통과한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지난달 29일)
"북한과의 대화는 답이 아니다."(지난달 30일 트위터)→북한, 6차 핵실험 실시(3일 오전)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을 달래도, 강하게 겁을 주어도 북한은 강한 카운터 펀치로 맞섰다. '도발→제재→더 강한 도발'의 악순환이다. 자신이 약하게 보이는 걸 무엇보다 싫어하는 트럼프로선 자존심을 통째로 구겼다.
게다가 이번 핵실험은 지난해 5차 핵실험의 5~6배에 달하는 폭발력을 보였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수소폭탄이 탑재되게 된 것이다. 인내심의 한계에 거의 다달았다고 보는 게 맞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이 트럼프에 반항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취임 후 첫 핵 실험"이란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날 북한의 핵실험 이후 침묵을 지켰다. 이날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택사스주를 방문한 때문이기도 있지만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트위터나 TV에 나와 즉각적 반응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숙고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4일까지 노동절 연휴라 백악관을 비롯 국무부·국방부의 반응도 신속하게 나오지 않았다.

미국 전략폭격기 B-1B(오른쪽) [중앙포토]

미국 전략폭격기 B-1B(오른쪽) [중앙포토]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군사적 대응' 카드가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CNN의 군사전문가인 릭 프랑코나는 "트럼프가 군사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지시만 내려지면 국방부에서 이미 준비를 마친 여러 안 중에 하나를 고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강경 대응'을 점치는 전문가들 조차 트럼프가 예방적 자위권 차원에서 북한을 실제로 공격하기 보다는 사이버 등을 활용한 '모종의 작전'을 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반도에 수십 만명의 미국인이 있는데도 행여라도 전면 충돌 가능성이 있는 군사옵션을 섣불리 써서 피해가 확대될 경우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사적 대응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걸 북한이 간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의미없는 블러핑(엄포)'을 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도 상당하다.
이때문에 당장은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돼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중국에는 북한의 생명줄을 끊을 수 있는 원유 공급 중단이란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이 ICBM을 쏴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에는 "북한의 민생에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관철해 왔다. 하지만 핵실험의 경우는 실험 장소가 중국 동북지역에 맞닿아 있어 예민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것이라면 북한을 더 이상 감싸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이를 노린 미국의 전방위 압력이 예상된다.

군사 행동 가능성 흘리며 B-1B 폭격기 등 전략자산 배치할 듯 #중국에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결단 재촉하며 '마지막 승부' 나설 듯 #핵탄두 장착한 ICBM 태평양 실제 시험발사하면 '레드라인' 발동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한반도에 순환 배치, 혹은 상시배치시키며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는 한편 중국과의 밀고 당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소식통은 "트럼프가 설정한 내부의 '레드라인'은 가상 핵탄두를 장착한 실제 ICBM의 태평양 사거리 실험"이라고 전했다. 실제 장착이 가능한 핵탄두를 가상으로 달아 태평양 바다 쪽으로 실제 사거리 실험을 할 경우 사실상 '미 본토 공격 예고편'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6차 핵실험은 그 전주(前奏)일 수 있다.

미군의 F-35B

미군의 F-35B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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