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로힝야족 수난에 “아웅산 수지의 노벨평화상 박탈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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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들이 1일(현지시간) 미얀마 정부군의 공격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란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들이 1일(현지시간) 미얀마 정부군의 공격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란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얀마 정부군과 미얀마 내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 무장세력의 유혈충돌로,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 청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얀마 정부군-로힝야족 무장세력 유혈충돌 #로힝야족 일주일 새 6만 여명 피란 행렬 #“로힝야족 인종 청소” 국제사회 우려 확산 #미얀마 실권자 수지는 ‘침묵’

 AP통신 등 외신은 “미얀마 정부군의 공격에 일주일 간 로힝야족 6만여 명이 미얀마 접경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가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1일 하루 새 2만여 명이 피난 행렬에 나서는 등 전례없는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정부군의 탄압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무장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미얀마 경찰초소 습격이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미얀마 정부군이 로힝야족 전체를 공격하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대체적인 보도다.

미얀마 로힝야족 일부는 강을 건너 피난길에 나섰다 강물에 빠져 숨지는 등 참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AP=연합뉴스]

미얀마 로힝야족 일부는 강을 건너 피난길에 나섰다 강물에 빠져 숨지는 등 참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은 “로힝야족의 대규모 탈출은 지난해를 비롯해 2012년, 2015년에도 있었지만 이번엔 그 규모가 기록적”이라며 “미얀마 정부군이 무차별적으로 로힝야족 성인 남성을 사살하고 있으며, 마을 전체를 불태우는 등 대략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로힝야족과 국제인권단체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방글라데시 언론은 이번에 미얀마에서 피난 온 로힝야족을 7만여 명으로 집계하면서 “미얀마 로힝야족의 10%가 방글라데시로 건너온 것이다. 과거와 차원이 다른 분쟁 사태”라고 보도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서쪽 라카인주(州)에 한때 110만 명이 살았지만, 수년 간 미얀마 정부군의 박해로 40만여 명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미얀마 로힝야족 어린이가 동생을 업고 피난길에 나섰다. [AP=연합뉴스]

미얀마 로힝야족 어린이가 동생을 업고 피난길에 나섰다. [AP=연합뉴스]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의 수난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인구의 90%가 불교를 믿는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은 불법이민자로 취급됐다. 시민권 발급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러나 정부군의 학살이 확인되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외신들이 ‘제노사이드(genocideㆍ인종 청소)’라고 표현하는 등 우려가 커지면서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에 대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고 미 CNN은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한 관계자는 CNN에 “명색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수지 여사가 이번 정부군의 무차별적 공격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수지 여사는 정부군이 로힝야족 인종 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인권단체 주장에 반박하면서도, 정부군 공격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3일 인도네시아에선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를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3일 인도네시아에선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를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승리한 아웅산 수지.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승리한 아웅산 수지. [중앙포토]

 세계 최대 이슬람교도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선 수지 여사의 노벨평화상 박탈을 주장하는 시위가 열렸다. 3일 수도 자카르타의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의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수지는 노벨평화상 수상 자격이 없다. 노벨위원회는 즉각 상을 회수해야 한다”며 “수지는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과 강제 축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11월 총선을 통해 집권한 수지 여사는 로힝야족 문제에 대해선 유독 침묵모드다.

 가디언은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 무장단체 ARSA의 세력 확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RSA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국 무장단체로부터 돈과 무기를 공급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단 것이다. 가디언은 "미얀마 정부는 ARSA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지난해부터 대대적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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