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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野 ‘문재인 정부 독주 견제’ 목표 같지만 내부 갈등에 셈법도 달라 순항할지 의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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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호 07면

정기국회 야당 공조체제 주요 변수는

[연합뉴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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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정기국회의 막이 오르면서 야 3당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경쟁했던 홍준표·안철수 후보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대표로 다시 전면에 나선 가운데 열리는 정기국회라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만큼 야당이 주도면밀하게 공동전선을 펼쳐야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야 3당이 사안에 따라선 선명성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각 당 내부의 갈등요소를 감안하면 공조체제가 제대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홍준표·안철수 다시 전면 나서고 #野 토론모임으로 ‘비문 연대’ 시동 #與는 ‘적폐 연대’ 프레임으로 견제 #국민의당과 연대 모색 바른정당 #이 대표 금품 의혹 불거져 주춤

보수 연대의 전제는 박 전 대통령 출당

정기국회를 맞아 야 3당 정책 공조의 신호탄을 알린 건 지난달 30일 출범한 초당적 토론모임인 ‘열린토론 미래’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정진석 한국당 의원을 축으로 두 당 의원 30여 명이 모였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비판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정책 토론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출범식에 참석한 한국당의 한 의원은 “이 모임이 보수 야당의 정책 연대를 넘어 통합을 이끄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공식 모임 외에도 잦은 식사자리 등 통합을 위한 사전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관심사는 이 모임이 과연 ‘비문연대’라는 우산 아래 국민의당까지 공조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여부다. 정 의원은 출범식 축사에서 “국민의당 의원들은 워크숍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는데 야 3당이 이 모임을 통해 정책 공조와 연대의 고리를 마련하길 기대한다”며 국민의당에 러브콜을 보냈다.

한국당은 그동안 국민의당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양당구도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안 대표가 취임인사차 홍 대표를 방문했을 때 의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향후 공조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란 얘기가 나왔다. 이 자리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외교정책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안 대표에게 내년 지방선거 연대를 공개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류가 바뀐 데는 “강한 야당이 되겠다”는 안 대표의 취임일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추경안 처리 과정 등에서 한국당만 반대를 외쳐 봤자 107석으론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40석인 국민의당이 전향적으로 한국당과 공조한다면 자연히 견제효과가 커진다. 문재인 정부로서도 개혁과제를 추진하려면 국회에서의 입법이 필수적인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야 3당 연대를 ‘적폐 연대’로 규정하며 저지에 나섰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국정 농단 세력과 연대를 꾀한다면 이는 민심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라며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은 민생 추락의 위기를 막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한 세력 아니냐”고 견제구를 던졌다. 한국당을 ‘적폐 프레임’에 가둠으로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한배를 타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각 당 내부 사정이 결코 간단치 않다. 보수 야당의 경우 연대의 기본 전제는 박 전 대통령의 잔재 등 이른바 ‘친박 청산’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 하나를 놓고도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혁신위 회의에서는 일부 위원이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자체에 반대하고 나섰다. 아직 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것도 아니지 않으냐는 논리다.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당적을 정리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박당 이미지를 없애고 내년 지방선거 전에 바른정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홍 대표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추석 민심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만큼 그전에 정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석 전 박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하고 이후 친박계 핵심 의원들을 정리할 거라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10월 중순께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이 난 뒤에야 당적 정리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바른정당도 노선 둘러싸고 내홍

바른정당 내에서는 한국당보다 국민의당과의 정책 연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국회선진화법상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180석이 필요하다. 20석의 바른정당이 40석의 국민의당과 연대하면 민주당(120석)에 맞서 확실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도 지난달 28일 안 대표와 환담자리에서 “두 당 대표 간 싱크로율이 99%”라며 연대의지를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이 대표의 거취가 야권 연대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보수의 본진이 되겠다”는 취임일성처럼 한국당과의 통합론에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이면서 정치적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입지가 좁아진 틈을 타 보수연대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당 안팎의 보수통합론자들이 이 대표에 대한 의혹을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 대표와 같은 자강론자인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당의 친박 청산은 유통기한이 지났다. 박 전 대통령이 출당되고 친박이 청산돼도 본질은 안 변한다”며 “정책 공조는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연대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내부 갈등도 만만찮다. 안 대표가 ‘극중주의’를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는 동시에 한국당과 바른정당과의 연대 움직임을 보이자 호남권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호남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한국당은 탄핵 대상이었던 당이라는 점에서, 바른정당은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등 안보관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연대에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안 대표가 계속 선을 넘을 경우 호남 민심을 감안해서라도 그냥 두고만 볼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야권 연대의 캐스팅 보터가 되기 위해선 당내 계파 갈등이나 이견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구심점 마련이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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