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B아바타', '박지원 상왕론'...국민의당이 꼽은 선거 패배 원인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당 대선 평가위원회가 1일 ‘19대 대선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핵심은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당 당 대표)가 당 대신 개인 사조직에 의존했고, 당은 안철수라는 개인의 인기만 의존하다 3위로 주저 앉았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오전 취임축하 인사차 국회 당 대표실로 예방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맞아 인사했다. 안 대표가 회의실 벽에 붙은 글을 보고 있다. 박종근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오전 취임축하 인사차 국회 당 대표실로 예방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맞아 인사했다. 안 대표가 회의실 벽에 붙은 글을 보고 있다. 박종근 기자

 ◇‘MB아바타’ 이미지가 패인=평가위가 꼽는 결정적인 패인은 대선후보 TV토론이었다. 보고서는 “안 후보는 TV 토론에서 크게 실패했다”며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함으로써 오히려 ‘MB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했고, 적폐청산에 반대한다는 이미지,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에 대해 비판은 하지만 대안은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4월 23일 3차 후보토론 때 “제가 MB아바타인가”, “제가 갑(甲)철수입니까” 등의 발언을 했다.

 안 후보가 TV토론에서 실패한 것은 후보의 준비 부족 때문이었다는 게 평가위의 생각이다. 보고서는 “안보, 대북정책, 사회정책에 있어서는 이전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입장이 불문명했고, 개념이나 철학적 이해, 가치관의 정립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대선을 치렀다”고 평가했다. 햇볕정책 계승 등 안 후보의 안보관은 선거 내내 발목을 잡았다.
 ◇소수 측근에 의존=안 후보의 선대위에서 총괄선대본부장 등 요직은 호남 중진들이 차지했지만, 실제 선거를 움직이는 이들은 따로 있거나 후보 개인기에 의존해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보고서는 "정책 공약, 후보 동선, 캠페인 일정 등을 소수의 캠프(측근 그룹) 인력이 운영하도록 하거나, 후보가 상당부분 직접 개입함으로써 선거 운동의 비효율성을 극대화 했다"고 지적했다. 대선 당시 안 후보의 일정과 연설문 작성, 각종 선거 전략은 안 후보의 일부 측근 그룹과 외부 전문가가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공유되고 논의됐다. 또 안 후보는 선거전략은 외부 컨설턴트에, 홍보도 외부 광고전문가에 일임했다.
 보고서는 또 “안 후보는 당내 중진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거나 당내 역량을 가진 의원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캠프(측근 그룹)와 당 선대위가 전혀 협력을 이루지 못했으며, 후보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정하려는 의지도 거의 찾아 보기 어려웠다”고 표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일대에서 가진 '시민이 이깁니다' 광주 국민 승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일대에서 가진 '시민이 이깁니다' 광주 국민 승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지원 책임도 거론=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의 책임도 거론됐다. 평가위는 “경쟁 정당과 후보자들이 ‘박지원 상왕론’과 같은 프레임을 가동할 때조차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안 후보의 리더십은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며 “박지원 공동선대위원장은 오히려 호남에서 평양특사와 통일부 장관 임명을 강변함으로써 상왕론 프레임을 강화해주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 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안 후보와 연관짓지 않고 당의 검증 능력 부족에 초점을 맞춰 평가했다.

안 대표는 이날 보고서 공개 후 기자들을 만나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보고서 나온 내용, 저와 당이 고칠 점들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해서 우리 당을 제대로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각종 책임론에 불구하고 안 대표 본인이 조기 복귀를 선택한 만큼 향후 소통 강화 등 변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안 대표는 대선평가위의 면담 약속을 잡았다가 제보조작 사건이 터지자 면담을 취소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