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이번엔 22조원짜리 … 기업들 2차 임금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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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인건비 상승 이슈로 기업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6% 오르는데 이어 통상임금까지 늘어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법원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 #기아차, 노조에 4223억 지급 판결 #최저임금 이어 비용 부담 또 늘어 #학계 “경제성장 연 0.13%P 하락” #한국노총선 “일부만 인정돼 유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권혁중)는 31일 기아차 노조 2만7424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제기한 1조926억원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4223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소송 참가자 1인당 평균 1543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기아차는 "매우 유감이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산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115개 기업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향후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로수당·퇴직금 등의 기준이 돼 통상임금이 많아지면 회사가 지급해야 할 각종 수당의 금액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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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은 2013년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결을 토대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액(과거 3년+향후 1년)이 최대 21조9000억원(고정상여금·기타수당 포함)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근로자 보수의 증가는 연간 경제성장률을 0.13%포인트 하락시킨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2.8%)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총생산(GDP)은 2조262억원 감소한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린 기업은 주로 수출 관련 제조업종”이라며 “인건비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정상여금이 임금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대·중견기업(21.1%)이 소기업(2.4%)보다 8배 이상 높다. 근로자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지급이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재판부가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한 것은 4223억원이지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에게 지급할 금액 등을 포함하면 총 비용은 1조원에 달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사드 후폭풍으로 중국 판매량이 54.6% 감소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1조원의 추가 비용이 드는데 경영에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자동차 산업과 부품업체에 미칠 악영향을 도외시한 판결”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일부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부분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손해용·문희철·김선미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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