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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발연기? 아베, 미사일 발사전날만 관저에서 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공저에서 잔 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전날 딱 이틀뿐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30일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제1야당인 민진당의 고토 유이치(後藤祐一) 의원이 일본 총리 관저 관계자들을 이렇게 몰아세웠다.
'총리 공저'는 일본 총리의 집무실인 총리관저 바로 옆에 마련된 총리의 숙소로 우리의 청와대 관저에 해당된다.
비록 2주일간의 여름 휴가가 포함돼 있긴 했지만 8월 한달 동안 아베 총리가 공저에서 잠을 잔 건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 전날인 25일과 28일 단 이틀뿐이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나머지는 모두 시부야에 있는 사저에서 잤다.
답변에 나선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장관은 “평소부터 긴장감을 갖고 정보분석을 해온 결과”라고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9일 오전 6시24분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관해 말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도하는 일본 NHK방송의 화면 [도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9일 오전 6시24분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관해 말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도하는 일본 NHK방송의 화면 [도쿄=연합뉴스]

북한이 다음날 미사일을 쏠 것이란 정보를 일본 정부가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집무실에서 가까운 공저에서 밤을 보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25일과 28일 밤 아베 총리는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북한 미사일 대응에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 25일엔 저녁 일정이 아예 없었고, 28일엔 공저에서 자민당 지도부 몇 사람과 만찬을 한 게 전부였다. 당시 아베 총리는 만찬에서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고, 만찬은 8시20분에 일찍 끝났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보도했다.
총리공저의 경우 총리관저와 지하 통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1분 정도면 곧바로 집무실에 도착할 수 있다.
북한이 일본 상공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29일 아베 총리는 오전 6시22분 공저를 출발해 6시23분에 총리관저에 도착했고, 6시24분 관저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출입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소화했다. 이어 7시8분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그래서 '미사일 발사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또는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국민들앞에 연출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시부야 사저가 아닌 총리 공저를 숙소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야당은 “미리 정보를 파악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한 달 동안 불과 이틀만 공저에서 지내는 건 이상하다”며 “더 긴장감을 갖고 공저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게 옳다"고 비판했다.

빠른 대응 위해 집무실과 가까운 곳에서 잔 듯 #야당 "8월중 이틀빼고 모두 사저에서 잔 건 잘못" #관방부장관 "정보분석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엄호 #기자들 "전날 알았다면 국민에게도 알렸어야"추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중앙포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중앙포토]

논란은 31일 오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정례 기자회견으로까지 옮겨붙었다. 기자들과 스가 장관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기자들은 "사전에 미사일 발사 정보를 파악했다면 왜 국민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는가"라고 스가 장관을 밀어부쳤다. 스가 장관은 "질문의 성격상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기자="어제 중의원 안보위에서 야당 의원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날만 총리가 공저에서 묵었다'고 했는데."
^스가 장관="(질문의 )성격상 답변하지 않겠다."
^기자="미사일 발사 전날만 공저에서 잔 건 우연인가."
^스가="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만전의 대책을 취하고 있다."
^기자="만전의 태세라고 하지만,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건 부정하지 않고 있다."
^스가="(질문의)성격상 답변하지 않겠다."
^기자="파악하고 있었다면 사전에 (국민들에게)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어땠을까. 그런 판단은 안했나."
^스가="만전의 태세를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
^기자="총리의 행동패턴(미사일 발사 전날만 공저 숙박)이 드러났는데,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
^스가="국민의 안전을 위한 만전의 태세를 고민하겠다."
^기자="5시58분 미사일 발사, 6시2분 국민들에게 통지, 6시 5분 미사일 일본 상공통과라면 도망갈 시간 여유가 없었다. 전날 밤에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왜 사전에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는가. 사전에 알리는 게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 아닌가."
^스가="대답하지 않겠지만,정부는 만전의 태세로 임하고 있다. 이런 도발 행위를, 몇번이고 유엔 결의에 따르지 않고 반복하는, 그런 무법의 국가가 있는게 사실이다. "

^기자="발사정보가 들어오면 향후에도 총리는 공저에 머물게 되는가."
^스가="정부로서 만전의 태세를 갖춰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것이 나쁜 것이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정부로선 평소에도 냉정하게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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