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원내대표 "국회선진화법 기준 낮추자"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당이 40석으로 국회를 좌지우지하겠다는 ‘40석 정치’ 전략에 나섰다.
최근 야당에게 유리한 국회선진화법을 오히려 개정하자고 공언하면서다. 19대 국회 이후 야당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먼저 꺼내든 것은 국민의당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법안 통과에 어려움을 겪던 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야당은 ‘개정 불가’를 외치는 게 관례였다.

김동철 원내대표 "국회선진화법 기준 낮추자" 제안 #필리버스터 중단 기준 180석 이상서 150석 이상으로 #국민의당 40석으로 민주당과 한국당 법안 생사 결정권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20170828/국회/박종근]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오전 취임 뒤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안 대표가 김동철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20170828/국회/박종근]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오전 취임 뒤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안 대표가 김동철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하지만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신속처리 안건지정(‘패스트트랙’) 기준을 다당제 현실에 맞게 (180석 이상에서) 과반 기준(150석 이상)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스트트랙’은 특정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간 이견이 있을 때, 330일 경과 후 본회의에서 자동으로 의결 절차를 밟는 제도다. 이에 따르면 180석 이상 요구하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24시간 내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즉 법안 처리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국회선진화법 완화 전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전략

국회선진화법 완화 전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전략

국회선진화법 완화 후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전략

국회선진화법 완화 후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전략

국민의당의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은 반색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일 땐 반대하고 여당일 땐 개정하자고 하는 것이 맞는건가 싶어 얘기하지 못했는데 야당에서 제안해줬다”며 평가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지금보다 국회 운영이 수월해지는데다 원래 ‘한뿌리’였던 국민의당이 ‘도우미’ 역할을 해 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기대는 국민의당의 속내와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국민의당의 ‘셈법’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패스트트랙 기준을 150석 이상으로 낮추려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국민의당의 몸값 높이기 차원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는 민주당 120석, 자유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등이다.
150석 이상으로 바뀌면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꽃놀이패를 즐길 수 있다.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160석이 되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기준과 법안 통과 요건을 모두 갖춘다. 여당이 원하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국민의당이 한국당과 손을 잡으면 과반에 가까운 147석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나 일부 바른정당 의원이 합류하면 150석 이상을 만들어진다. 즉 ‘한국당+국민의당+α’로 민주당의 법안 대신 한국당의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국민의당이 명실상부한 국회의 캐스팅보트를 쥐는 상황이 온다.

 국민의당의 제안에 공개 반발하고 나선 쪽은 바른정당이다. 20석의 ‘몸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선진화법을 주도했던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 의장은 “그나마 국회에서 자리잡기 시작한 협치의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며 “선진화법이 양당제 하에서 이뤄진 건 사실이지만 국회 선진화법이 내포하고 있는 협치의 정신은 오히려 양당제보다 지금의 다당제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성운ㆍ안효성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