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지 단독 인터뷰]'베로나 이적' 이승우, "돈보다는 도전...차범근 감독님의 조언이 결정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이승우는 밝은 노란색 상의 차림이었다. 노랑은 이날 입단이 확정된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 헬라스 베로나의 상징색이다. 그는 "새 소속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옷 색깔에 담았다"고 했다.[바르셀로나=송지훈 기자]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이승우는 밝은 노란색 상의 차림이었다. 노랑은 이날 입단이 확정된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 헬라스 베로나의 상징색이다. 그는 "새 소속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옷 색깔에 담았다"고 했다.[바르셀로나=송지훈 기자]

"FC바르셀로나는 제 인생의 성장기를 함께 한 팀이잖아요. 떠나는 게 쉽지 않지만, 힘들게 새로운 도전 기회를 잡았으니 열심히 부딪치고 맘껏 즐겨야죠. 언젠가 바르셀로나 1군 멤버로 당당하게 돌아올 수 있게요."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이승우(19)는 밝은 노란색 상의 차림이었다. 노랑은 이날 입단이 확정된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 헬라스 베로나의 상징색이다. 그는 "새 소속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옷 색깔에 담았다"고 했다. 베로나에서 하루빨리 주전 공격수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이승우는 13살부터 몸담아왔던 라 마시아(바르셀로나 유스팀)를 떠나 베로나로 이적했다. 계약 기간은 4년. 한국 선수가 세리에A 무대를 밟는 건 페루자(현재는 2부리그)에서 뛴 안정환(42) MBC 해설위원 이후 두 번째다.

이승우는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에서 새출발한다. 이승우는 "첫 시즌 목표는 두자릿수 공격 포인트"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송지훈 기자]

이승우는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에서 새출발한다. 이승우는 "첫 시즌 목표는 두자릿수 공격 포인트"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송지훈 기자]

베로나는 이적료로 바르셀로나에 150만 유로(20억원)를 지불한다. 베로나가 올 시즌 영입한 선수 중 최고 액수다. 1903년 창단한 베로나의 114년 구단 역사에서도 10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승우를 데려온 이유는 공격력 보강을 위해서다. 주장 겸 주포 잠파올로 파치니(33)를 도울 카드로 알레시오 체르치(30)와 안토니오 카사노(35)를 영입했는데, 카사노가 돌연 은퇴했다. 베로나는 새 시즌 들어 두 경기에서 1골(3실점)에 그치며 1무 1패로 14위에 머물러 있다.

이승우는 "이적을 앞두고 많은 분으로부터 '가급적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라'는 조언을 받았다"며 "좀 힘들어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팀을 고르다 보니 베로나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적 협상이 지연된 데 대해서는 "내가 가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구단 뜻 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며 "구단과 구단, 구단과 선수의 마음이 통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 공격수 이승우가 지난 5월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볼트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전주=양광삼 기자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 공격수 이승우가 지난 5월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볼트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전주=양광삼 기자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승우 측과 직간접적으로 논의를 진행한 구단은 13개국 20여 팀에 이른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등 빅클럽을 비롯해 일본(요코하마 마리노스), 미국(LA갤럭시) 등도 이승우에 관심을 보였다. 막판엔 권창훈(24)의 소속팀인 디종(프랑스)과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 신트 트루이덴(벨기에) 등이 베로나와 경합했다. 밤낮 없이 이적 제안이 오갈 만큼 분위기가 뜨거웠다.

이승우가 새롭게 몸담을 팀인 헬라스 베로나의 엠블럼.

이승우가 새롭게 몸담을 팀인 헬라스 베로나의 엠블럼.

이적이 지연되면서 '불러주는 팀이 없어 이승우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등의 루머도 돌았다. 이적 협상 관련 기사에는 악성 댓글도 이어졌다. 이승우는 "댓글은 잘 보지도 않고 마음 쓰지도 않는다"며 "하지만 간혹 가족이나 한국의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상처가 될 법한 내용에는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이어 "베로나 이적이 그간의 모든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 축구 국가대표인 차범근, 차두리(왼쪽) 부자와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에이스 이승우(오른쪽)가지난 6월7일서울 종로구 평창동 차범근 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 자택에서 만났다. 신인섭 기자

전 축구 국가대표인 차범근, 차두리(왼쪽) 부자와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에이스 이승우(오른쪽)가지난 6월7일서울 종로구 평창동 차범근 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 자택에서 만났다. 신인섭 기자

차범근(64) 전 감독은 지난 6월 이승우를 만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선수들은 좋은 기회를 얻으면 단기간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팀을 옮겨야 한다면 해당 팀 감독의 전술이 자신의 플레이스타일과 맞는지 꼼꼼히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이 한 마디가 이적 협상에 있어 이승우가 팀을 고르는 핵심적인 기준이 됐다.

그는 "베로나는 작지만 빠른 공격수들이 패스를 주고 받으며 공격을 만들어가는 팀이다. 내 스타일과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세리에A는 유럽 빅리그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경쟁력 있는 무대다. 첫 시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5골 5도움)로 존재감을 증명하겠다. 꾸준히 골을 넣다보면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직 10대(19세)의 어린 선수에게 수억 원에 달하는 연봉이 어떤 의미냐고. 이승우는 "돈 때문에 축구를 했다면 진작 조건 좋은에 다른 팀으로 옮길 기회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또래 친구들보다 큰 돈을 벌게 됐지만, 내게 연봉은 큰 의미가 없다. 돈이 드는 취미 같은 것도 없다. 그저 부모님께 좋은 집 한 채 사드릴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바르셀로나=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