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서 벼랑 끝 선 현대차…공장 4곳 가동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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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벼랑 끝에 섰다. 사드 배치 보복 여파로 중국 공장 4곳의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

사드 보복 장기화로 생산 재개도 불투명 #동반 진출 140여개 부품업체도 구조조정 '유탄' #한국에선 노조 파업, 내수부진…내우외환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현지 부품 업체들에 3~4주째 대금 지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플라스틱 연료 탱크 등을 공급하고 있는 베이징루이제가 밀린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납품을 중단했다. 이 회사가 받지 못한 대금은 약 1억1100만 위안(약 19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남은 부품 재고로 차량을 만들다가 결국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가 중국과 함께 만든 합작사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자의적으로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구조다.

 뜯어보면 이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후폭풍이다. 현대차는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사드 보복 여파로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반 토막이 났다. 2분기 베이징현대의 생산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7% 감소했다.

올해 중국 판매 목표도 당초 125만대에서 80만대로 낮췄다. 하반기 50만대를 판매해야만 80만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이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중국시장에서 '판매량 감소→부품 대금 지연→부품 공급 중단→생산 중단'이라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를 판매해 자금을 돌리던 선순환 구조가 끊어지면서 결국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의미다.

 중국에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140여개 국내 부품업체도 고스란히 ‘유탄’을 맞고 있다. 이들의 공장 가동률은 올해 50%를 밑돌면서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둥팡차이푸왕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협력 업체들이 이미 몇개월전부터 구매량 축소 통지를 받고 감산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현대차가 아니고 베이징현대이다보니 자금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 중국 공장의 생산 재개가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사드 추가 배치에 따라 중국의 보복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납품을 멈춘 곳은 한 곳이지만 납품을 거부하는 현지 업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다음 달부터 중국 전략 모델 생산을 늘리겠다는 당초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1공장에서는 소형 SUV인 ‘ix25’와 ‘링동(신형 아반떼)’, 2공장은 투싼과 쏘나타, 3공장은 ‘링동’과 세단 ‘밍투’, 창저우 공장에서는 소형차 ‘위에나’를 생산한다. 베이징 1∼3공장은 연간 총 105만대, 창저우 4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중국에서의 부진은 현대차 전체 실적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3.7% 줄어든 1조3445억원, 당기순이익은 48.2%나 감소한 9136억원이었다. 베이징현대의 실적은 영업이익이 아닌 당기순이익에만 반영된다.

 하반기 전체 판매 실적 회복도 불투명하다. 국내에서는 ‘노조 파업’이라는 악재가 도사리고 있고, 지난해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끝난 뒤 내수시장 판매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까지 돌입하면서 현대차는 점점 사면초가로 몰리는 모양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품 업체에게 줄 돈을 장기간 체불했다는 사실은 중국에서의 현대차의 위기가 일시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라며 "'사드'라는 정치적 이슈로 인해 벌어진 일인만큼 개별 기업이 돌파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ㆍ문희철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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