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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 NGO] 외국인들 국내 NGO서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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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내 NGO에서 활약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국경과 국적을 넘어 인류애로 '세계 시민'을 추구하는 것이다.

에이미 레빈(23.여.노스캐롤라이나대 4)은 녹색연합 자원봉사자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1년 5월 방학을 틈타 한국을 방문했다가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녹색연합은 미군의 폐기름 유출사건을 고발했고, 레빈은 회원들과 함께 서울 용산 미8군사령부 앞 음악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만 하루 동안 유치장에 갇힌 그는 "미군이 주둔국의 사회와 환경을 대하는 자세에 놀랐다"고 했다. 이후 방학 때마다 녹색연합에서 활동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 한국어를 익히며 환경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경희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인 나카후지 히로히코(中藤弘彦.39)는 밝은사회국제클럽(www.gcs-ngo.org)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이다. 회원들과 함께 종묘공원에 나가 노인들에게 찐빵을 나눠주기도 하고,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한 국제회의의 통.번역도 돕는다.

그는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 사람으로서 한.일 상호이해에 관한 국제교류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셰이크 샤킬 아메드(27.파키스탄)는 봉사 모임 '기빙 핸즈(Giving Hands)'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 6월 북한산의 한 사찰에서 동자승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청소와 빨래를 도와줬던 일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봉휘련(26.여.말레이시아)씨는 국제친교봉사단체인 인터내셔널 하우스(www.ih.or.kr)에서 한글을 배우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www.nanum.org)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는 국제친선클럽(www. ifckorea. com). 회원 1천5백명 중 5백명이 외국인이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운니동 사무실. 외국인을 포함한 회원 30여명이 10월 3~5일 경기도 양구 민통선에서 열리는 '2003 세계 평화대행진'준비로 부산하다. 방송국 리포터로 활동 중인 팝 제니(36.여)는 "이번 행사에서 전통 혼례식을 선보이는 주인공이 됐다"며 즐거워했다.

외국인이 많아 '의사 소통'의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도 많다. 연세대 치과대학 박사과정인 마카베이 앙카 클라우디아(36.여.루마니아)는 2001년 11월 서울의 한 병원으로부터 "루마니아인 중환자가 있다"는 SOS전화를 받았다. 그는 "진찰과 수술 과정을 도와주고 루마니아의 가족 연락, 귀국을 도왔으나 아쉽게 사망했다"고 말했다.

국제친선클럽 김석수 회장은 "한국인이 세계 각지에서 자원봉사로 국제사회에 공헌하고 있듯이 외국인도 한국에서 '품앗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낙연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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