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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텍스 등산복 비싼이유, 알고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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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텍스(GORE-TEX) 는 방수ㆍ방풍ㆍ투습(내부의 습기를 밖으로 배출시키는 성질) 기능을 가진 고급 원단이다. 주로 등산복이나 신발에 이용된다. 이런 고어텍스 제품을 한동안 대형마트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소비자들은 등산복 전문점 등에서 비싼 제품을 사야 했다. 이유가 있었다.

공정위, 아웃도어 제품 원단 공급하는 고어에 과징금 36억7300만원 #가격 떨어질까봐 대형마트에 등산복 등 판매 막아 #대형마트 판매한 업체에는 계약해지 등 '보복'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웃도어 업체들에게 고어텍스(GORE-TEX)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게 한 고어 미국 본사 및 홍콩에 있는 아·태지역본부, 고어코리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6억7300만원을 부과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고어는 아웃도어 업체에 고어텍스 원단을 공급하는 회사다. 국내 기능성 원단 시장에서 6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런 지위를 이용해 고어는 2009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고어텍스 소재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국내 29개 아웃도어 브랜드에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고어는 자사 직원을 ‘미스터리 쇼퍼(고객을 가장하여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로 활용하는 등 아웃도어 회사들이 대형마트에서 고어 제품을 팔지 않는지 철저히 감시했다.

고어텍스 유통구조.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고어텍스 유통구조.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고어의 정책을 지키지 않은 회사에 대한 보복은 가혹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한 제품의 전량 회수 요구는 물론 원단 공급 중단, 일방적 계약 해지 조치까지 했다. 실제 지난 2013년 3월 A사가 한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재킷을 대폭 할인해 판매한다는 신문광고가 나가자마자 고어는 즉시 A사에 대해 해당 상품을 전량 회수할 것을 요구하고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고어가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 판매를 차단한 이유는 고어텍스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이 싸게 팔리게 되면 백화점, 전문점 등에서도 가격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실제 2010~2012년에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에서는 고어택스 재킷이 11만~15만원 수준에서 팔렸다. 전문점 등 시중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고어 측은 자사의 정책에 대해 “대형마트 판매 제한이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고어텍스 원단의 품질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대형마트 판매 제한이 서비스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 반면, 고어텍스 제품 가격이 높게 유지됨으로써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는 매우 크다”라고 판단했다.

최영근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기능성 아웃도어 원단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가 유통채널 간 경쟁을 막는 행위를 제재함으로써 향후 유사 행위 발생 가능성을 막고, 유통시장의 거래질서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 판매가 늘어나면 소비자들의 의류 구입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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