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판 불리하게 작용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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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판결은 박근혜(65·사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뇌물 공여자로 돼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에 대한 법적 판단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이 부회장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만 다른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견해다.

법조계 “공여·수뢰 동일 적용 일반적”

이날 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함께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정유라씨 말 구입비 등 73억원을 뇌물로 받았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단독 면담에서 승마 지원이 미흡하다고 질책하며 임원 교체를 언급한 배경에 최씨가 있다고 본 데 따른 일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서 삼성의 승마 지원 진행 상황을 계속 전달받은 것으로 보이고, 최씨의 독일 생활이나 승마 지원과 관련한 주변인의 인사를 직접 챙겼다며 두 사람이 ‘공모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조카 장시호씨와 설립·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16억원을 지원한 것도 뇌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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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원한 서울지법의 부장판사는 “뇌물죄는 공여자와 수뢰자 간 돈 액수가 똑같이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부회장에게 유죄로 인정된 혐의와 뇌물 액수는 박 전 대통령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신일수 변호사는 “뇌물을 준 사람이 실형을 받았는데 받은 사람이 무죄가 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전 부회장에게는 위법 행위로 판단되지 않은 금품 제공 부분이 박 전 대통령에게는 범법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탁경국 변호사는 “이 부회장에게 뇌물 공여로 인정이 안 된 부분(재단 출연금 등)이 박 전 대통령에게는 직권남용이나 강요, 공갈 등으로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 결과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건 공판에 효율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다음주 초 이 부회장 재판 기록을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거로 낼 계획이다.

형사소송법은 기소부터 1심 판결 전까지 최대 6개월 동안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4월 17일에 기소됐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가 10월 중순께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일훈·박사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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