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생리대' 발표한 시민단체 운영위원에 유한킴벌리 상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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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운영위원 명단 가운데 유한킴벌리 상무이사 이름도 보인다. [인터넷 캡처]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운영위원 명단 가운데 유한킴벌리 상무이사 이름도 보인다. [인터넷 캡처]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문제를 제기한 단체인 '여성환경연대'의 운영위원에 다른 생리대 업체 임원이 속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에 소개된 운영위원 명단을 보면 김모 유한킴벌리 상무이사가 속해 있다. 유한킴벌리는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3월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10개 생리대에서 발암성 물질과 피부 자극을 유발하는 성분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품명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10개 중 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 농도가 가장 높았던 릴리안만이 뒤늦게 언론에 공개돼 현 상황까지 오게 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의 '특수관계' 때문에 조사 결과가 전부 공개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실험 결과의 신뢰성까지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제품명 공개를 할지 말지 여부를 두고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릴리안'이라는 이름이 대중에 공개돼 벌어진 논란이 예상보다 너무 커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강원대가 유한킴벌리로부터 후원을 받은 사실도 알려져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014년 유한킴벌리는 강원대의 한 환경연구센터에 1억원을 지원했고 이듬해에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으로 있는 김 상무이사는 지난해 강원대와 유한킴벌리가 공동 주관한 '제9회 아태환경포럼'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유해물질 조사 결과를 발표한 3월에도 생리대 업체 중에는 유일하게 유한킴벌리만이 참석했다.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 측은 해당 의혹들을 강하게 부인했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김 상무이사가 운영위원으로 있는 건 맞지만 이번 조사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발표 때도 여러 업체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유한킴벌리만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도 "기업 차원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고 내부 임직원들 역시 자발적으로 시민단체 활동 등에 참여하고 있다. 선의의 활동들이 오해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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