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지사, 이례적으로 '간토 조선인학살' 추도문 거부, 이유도 황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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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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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사진) 도쿄도지사가 관례를 깨고 간토(關東)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24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내달 1일 도쿄도(東京都) 스미다(墨田)구요코아미초(橫網町)공원에서 열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모식에 추도문을 보내달라는 시민단체의 요청을 거절했다.

도쿄도(東京都)는 고이케 지사가 추도문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도위령협회가 주최하는 추모행사는 관동 대지진이 발생한 9월 1일과 도쿄 대공습이 있었던 3월 10일에 열린다"며 "고이케 도지사는 지난 3월 도쿄대공습 추모식에 참석해 돌아가신 모든 분을 (한 번에) 애도했다"고 설명했다.

민간단체가 요코아미초 공원에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를 세운 1973년부터 매년 추모식이 열렸다. 이전에도 더러 있었지만, 2006년부터는 시민단체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도쿄도에 추도문을 요청하면 도쿄도지사들이 해마다 빠지지 않고 보내왔다. 고이케 지사도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추도문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 9월 추모식에는 지난 3월 도쿄 대공습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추도문을 보내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고이케 지사의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에 적힌 희생자 수가 6000여명이라는 문구와 관련된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고이케 지사의 작년 추도문이 공개된 이후, 자민당 소속 도쿄 도의원이 비문에 적힌 희생자 수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을 했고 고이케 지사는 "관례적으로 추도문을 내왔지만, 앞으로는 내용을 살펴본 뒤 추도문을 발표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추모식 주최 측은 "자칫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이 학살된 사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천재지변에 의한 희생과 사람의 손으로 학살 당한 것은 성격이 다른데 한꺼번에 추도한다는 설명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항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지방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대형지진으로,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유포되면서 자경단, 경찰, 군인 등이 조선인을 학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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