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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기 배우고 얼굴 고쳐도 타고난 몸은 … '모델테이너'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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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작마다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는 별명이 붙는 배우 이종석. 8월24일 개봉하는 영화 'VIP'에서 김명민, 장동건, 박희순과 함께 주연을 맡았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장소협찬 콴시]

출연작마다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는 별명이 붙는 배우 이종석. 8월24일 개봉하는 영화 'VIP'에서 김명민, 장동건, 박희순과 함께 주연을 맡았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장소협찬 콴시]

요즘 방송이나 영화에서 좀 뜬다 싶은 이들에겐 공통된 스펙(경력)이 있다. 바로 '모델 출신'이라는 점이다. 무표정으로 런웨이를 걷는 모델만의 신비주의는 옛말, 키 만큼 큰 끼를 장착한 모델들이 연예 활동에 나섰다. 훤칠한 키, 가늘고 긴 팔다리, 주먹만한 얼굴 등은 숱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에 강력한 무기가 된다. 최근 2~3년 사이 모델의 연예계 진출이 늘다보니 이제는 '모델테이너(Model+Entertainer)'라는 타이틀도 생겨났다. 이들이 왜 주목 받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세계를 들여다봤다.

모델로 '새 피' 수혈하는 방송

이종석·김우빈·안재현·이성경-. 최근 흥행 보증 수표로 떠오른 배우들은 알고 보면 하나같이 모델 출신이다. 연예계 데뷔 전 이미 유명 패션쇼 무대에 섰던 이들이 브라운관·스크린으로 넘어오는 수순을 밟았다.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처럼 외모가 출중하다는 의미)·바비 인형(이상적 몸매라는 의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데뷔 순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도 닯았다.

'상속자들' 등 드라마에 이어 2016년 장동건, 강동원과 함께 영화 '마스터'에 출연한 배우 김우빈도 모델 출신이다. [중앙포토]

'상속자들' 등 드라마에 이어 2016년 장동건, 강동원과 함께 영화 '마스터'에 출연한 배우 김우빈도 모델 출신이다. [중앙포토]

배우만이 아니다. 예능·가요 분야에서도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상상 이상의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케이블 채널을 중심으로 새 예능 프로그램이나 새 출연진을 선보였다 하면 모델 출신이 꼭 끼어 있다. '발칙한 동거'(진정선)· '열정같은소리''하트시그널'(심소영)·'소사이어티게임2'(유리)·'갑자기 히어로즈'(주우재) 등 근래 나온 신작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종석·남주혁·김우빈 등 흥행 보증수표 #모델 지망생 절반 이상이 연예 활동 고려 #방송계 "촬영 자체가 화보라 만족도 높아"

MBC 예능 '발칙한 동거'에 출연한 모델테이너 진정선. [사진 방송캡처]

MBC 예능 '발칙한 동거'에 출연한 모델테이너 진정선. [사진 방송캡처]

'라디오스타' 'SNL'에 이어 '열정같은소리' 등에 출연 중인 모델테이너 심소영. [사진 방송캡처]

'라디오스타' 'SNL'에 이어 '열정같은소리' 등에 출연 중인 모델테이너 심소영. [사진 방송캡처]

물론 모델들의 연예계 진출이 아주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이미 90년대에 진희경·박영선·차승원 등 당대의 톱 모델들이 배우로 각광받은 바 있다. 이소라·송경아·장윤주·한혜진·강승현 등이 그 뒤를 이어 패션·뷰티 관련 방송에서 진행자·패널로 나서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모델 에이전시-연예기획사 협업시대

다만 당시와 확실히 달라진 점은 있다. 과거엔 모델로서 확고하게 입지를 다진 후 모델업계에서의 지명도를 발판으로 방송에 진출했다면 최근엔 신인급도 '모델'이라는 스펙만으로 비교적 쉽게 방송에 진출한다는 점이다. 여기엔 모델 양성 시스템의 변화도 한몫한다.
최근 2~3년 사이 모델 에이전시들이 연예기획사와 손을 잡으면서 모델이라는 '업'의 기류 자체가 달라졌다는 말이다. 국내 모델 에이전시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케이플러스는 2014년 말 연예매니지먼사 YG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며 YG케이플러스가 됐고, 다른 하나인 에스팀은 이듬해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뒤이어 중소 규모의 모델 에이전시와 연예기획사가 줄줄이 합쳐지며 클라이믹스 모델컴퍼니와 COL엔터테인먼트 등이 생겨났다.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와 예능 '신서유기' 등을 오가는 모델테이너 안재현. [사진 '다시만난세계' 홈페이지]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와 예능 '신서유기' 등을 오가는 모델테이너 안재현. [사진 '다시만난세계' 홈페이지]

이런 과정을 통해 모델 에이전시가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YG케이플러스 매니지먼트팀 김성란 이사는 "모델들의 겸업을 위한 '공격적인 육성 시스템'이 이때 처음 마련됐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패션쇼나 잡지 화보 촬영에 필요한 모델 선발을 하는 게 모델 에이전시의 주 업무였다면, 이후에는 모델들의 스타성을 부각시키고 영역을 넓히는 데 목표를 둔다. '모델테이너'라는 신조어는 바로 이런 변화에서 생겨났다.

패션 관련 프로뿐 아니라 '나혼자 산다' '비정상회담' 등 예능에서도 활약하는 모델 한혜진. [사진 방송캡처]

패션 관련 프로뿐 아니라 '나혼자 산다' '비정상회담' 등 예능에서도 활약하는 모델 한혜진. [사진 방송캡처]

모델 출신 배우 중 원조격으로 꼽히는 차승원. 지금도 매 시즌 송지오 디자이너의 컬렉션에서는 직접 무대에 선다. [사진 방송캡처]

모델 출신 배우 중 원조격으로 꼽히는 차승원. 지금도 매 시즌 송지오 디자이너의 컬렉션에서는 직접 무대에 선다. [사진 방송캡처]

요즘 모델이 되겠다는 이들의 진로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최소라·수주처럼 해외 컬렉션에 나가는 걸 목표로 삼는 정통파도 있지만 아예 처음부터 모델 겸 배우·가수를 꿈꾸며 아카데미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16년 겨울 패션쇼 런웨이에 데뷔, 케이블 프로 '겟잇뷰티' 웹드라마 '우리 할 수 있을까' 등에 출연했던 모델 박종혁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또 다른 재능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게다가 전업 모델만으로는 수입이 일정치 않고 직업 수명이 사실상 20대에 끝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방송계에서 "연기나 노래는 가르치고 연습하면 늘지만 기럭지는 늘릴 도리가 없다"며 모델 예찬을 서슴지 않는다. 드라마 '잉여공주'를 통해 남주혁을 연기자로 캐스팅한 백승룡 tvN PD도 "촬영 자체가 화보라 제작진 입장에서 만족도가 크다"고 밝혔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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