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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1위 제약사와 손잡는 삼성바이오에피스…'글로벌 블록버스터' 나오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무산 악재로 주춤했던 바이오·제약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국내 상위권 바이오·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투자 붐'을 주도하면서 블록버스터급 신약 탄생의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주줌했던 연구개발(R&D) 투자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일본 대표 제약사 '다케다'와 손잡고 췌장염 약 개발 #한미ㆍ유한ㆍ녹십자 등 국내 제약사들도 R&D 투자 규모 꾸준히 늘려 #"신약 만드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는' 약 개발해야"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일본 최대 제약회사인 다케다 제약과 손잡고 바이오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게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두 회사가 신물질 탐색부터 임상ㆍ허가ㆍ상업화 단계까지 협력하기로 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두 회사는 우선 급성 췌장염 치료 후보 제품 'TAK-671'에 대한 개발부터 착수하기로 했다.

일본계 다국적 제약사인 다케다는 일본은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제약사다. 당뇨병치료제 악토스, 고혈압치료제 블로프레스 등 블록버스터급 신약 4종을 개발했다. 지난해 161억 달러(18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전 세계 매출 순위로 보면 19위 규모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유한양행의 매출이 1조1979억원이었다.

설립 5년만에 바이오시밀러 6종을 내놓는 등 성과를 내고 있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 신약 시장에 뛰어든 것은 복제약 개발과 생산만으로는 '미래보다는 현재의 수익'에만 치중한다는 우려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도 "다케다와의 협업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R&D 역량을 바이오 신약 분야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오 신약 시장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신약 개발에 대한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의 의지는 R&D 투자 규모로도 드러난다. 국내 매출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478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지난해보다 19.2% 늘어난 수치다. 유한양행은 신약 5개에 대한 임상 3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에서 R&D 투자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반기 매출의 19.3%에 해당하는 674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대웅제약과 녹십자도 올해 상반기에 각각 596억원과 559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실탄'을 마련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신약 개발에 종잣돈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셀트리온의 유통 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달 코스닥 상장 첫날 시가총액 2위 자리에 올랐다. 그간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다소 폐쇄적인 경영을 해온 국내 제약사들이 기업공개로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코스피 시장뿐만 아니라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7곳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메디톡스, 코미팜 등이 10위 안에 포진해있다. 시가총액 2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코오롱의 자회사 티슈진도 올해 안에 코스닥에 상장 예정이다.

국내에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보수적인 기업 문화부터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기술을 영입하고 다국적 제약사들과도 손잡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와 손잡고 신약 개발을 밀어부치고 있다"며 "다만 신약을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는' 신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제약사들이 좀 더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신약 개발 기간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는 글로벌 트렌드에 뒤쳐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본과 미국은 정부와 제약사·학계가 협력하는 범정부적인 'AI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개별 제약사들이 중복 투자를 하기 보다는 정부의 주도 하에 제약사들 간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R&D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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