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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 일주일 뒤에야 문 대통령 사과 나온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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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국민들께 불안과 염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산란계 농가 계란에서 살충제(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공식 사과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 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에서 “이번 파동을 계기로 축산안전관리시스템 전반을 되짚어보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제1회 을지 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제1회 을지 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 대통령은 “우선 양계산업을 비롯한 축산업 전반에 걸쳐 공장형 사육, 밀집ㆍ감금 사육 등 축산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과 18일에 걸쳐 청와대 참모진과 도시락 오찬 간담회를 갖고 살충제 계란 사태를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한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식품 안전 관리 측면도 있지만 사육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비좁은 케이지(닭장) 사육 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열악한 가축 사육 환경이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는 물론 제2의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문 대통령이 “동물복지와 축산위생을 포함해 사육환경 전반을 짚어보기 바란다. 구제역 또, AI 발병을 줄이는 근본 해법이기도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살충제 검출 계란에 대한 조치사항 및 개선방안을 보고받은 뒤 “동물복지형 사육 정책 전환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2019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보고한 ‘사육환경표시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상의해 그 시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 고 지시했다. 사육환경표시제는 달걀 포장지나 껍질에 케이지 사육인지, 모래 등을 깐 평사 사육인지, 풀 위에서 키운 방목 사육인지를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물복지 사육 시스템으로는 CCTV 설치하거나 겨울철 휴지기 도입 등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는 산란계 노계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묻고 육계(식용 닭)로 반출되는 산란계 노계에 대한 대책도 세우라고 지시했다. 살충제 계란을 낳은 산란계 일부가 육계 시장에 유통될 가능성을 우려한 발언이었다. 이에 김 장관은 “육계로 반출되는 산란계 노계 비중은 약 3%”라며 “산란계 노계에 대해 반드시 정밀검사 후 반출하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는 “축산 안전 관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국가가 국민 식생활, 영양까지 책임지고 관리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야 하겠다”며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식품 안전에 대한 종합 계획과 집행을 위한 국가식품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직접 확인·점검·관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주무부처가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돼 중복 발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총리가 범정부적으로 종합관리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서 농식품부와 식약처건 엇박자와 부실 전수 조사 비판이 있었던 만큼 내각의 컨트롤타워인 총리가 이 사태를 지휘하게끔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제1회 을지 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제1회 을지 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한편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류영진 식약처장 경질 여부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오늘 공식 사과를 했다”며 “류 처장을 경질한다고 해서 이 사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류 처장은 살충제 계란 사태에 대한 미숙한 대처로 질타를 받았다. 지난 17일 국정현안점검 조정 회의에서도 이 총리로부터 “브리핑을 하지 말라”는 질책까지 들었다. 대한약사회 부회장 출신으로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류 처장에 대해 야권은 전문성이 결여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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