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폭발사고] "전기 스파크가 발화 원인일 가능성 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폭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해경과 국과수 등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2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폭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해경과 국과수 등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지난 20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의 발화 원인이 전기 스파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해경이 수사하고 있다.

지난 20일 경남 창원시 STX조선해양에서 폭발 사고로 4명 숨져 #해경, 21일 현장 감식 결과 "전기 스파크 가능성 크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장 감식 등 결과 나오는 일주일쯤 파악

남해지방해양경찰청 김태균 수사정보과장은 21일 STX조선해양에 대한 현장 감식 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폭발 사고가 발생한 선박의 RO(잔류기름) 탱크에 대한 감식 결과, 현재로써는 전기적인 요인이 폭발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RO 탱크 내부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개인 작업자들이 사용한 개인등, 조명 역할을 하는 방폭등(8개), 내부 공기를 빼내는 환풍기(4대) 등이 있다”며“1차 감식 결과, 개인등과 연결된 전선의 피복이 일부 벗겨져 있고 방폭등 1개는 깨져 있었는데 이런 곳에서 발생한 전기 스파크가 발화원이 돼 발화물질인 유증기와 결합해 폭발사고가 발생했는지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STX 조선의 건조중이 배. [사진 경남경찰청]

폭발 사고가 발생한 STX 조선의 건조중이 배. [사진 경남경찰청]

폭발 사고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발화원과 발화물질 그리고 산소가 필요하다. 사고 당일 STX조선해양 협력업체인 금산기업 소속 근로자 20여명이 RO탱크 도장 작업에 투입됐다. 폭발 사고 당시 탱크에는 방독면을 쓴 임모(53)씨 등 4명이 도장 작업을 하고 있어 발화물질인 유증기가 가득한 상태였다. 환풍기 등으로 외부 공기도 유입되고 있어 산소도 있었다. 따라서 이런 조건에서 무엇이 발화원이 돼 유증기와 결합해 폭발이 일어났는지 그동안 관심이었는데 해경이 전기 스파크일 가능성을 크게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회사 측은 사고 당일 탱크 내부나 외부에서 발화원이 될 수 있는 용접이나 그라인더 작업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또 작업자들은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는 특수복을 입고 있었고, 도장 스프레이 작업은 공기로 하는 것이어서 이것도 발화원이 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STX조선해양 김영민 안전품질 담당(수석 부장)은 “도장 작업은 사전에 용접과 글라인드 작업이 끝난 작업장이어서 도장 작업 도중에 글라인드 등 다른 작업을 추가로 할 수도 없다”며 “회사측에서는 정확한 발화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추정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STX조선해양 김영민 안전품질담당이 21일 사고현장에서 폭발사고에 관해 설명을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김영민 STX조선해양 김영민 안전품질담당이 21일 사고현장에서 폭발사고에 관해 설명을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해경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등과 수사본부를 꾸려 사고 현장에 대한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사고가 발생한 RO탱크는 가로 7.3m, 세로 3.7m, 높이 10.5m 크기다. 폭발 여파로 상당부분 훼손돼 있어 종합 감식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본부는 STX조선해양 등이 작업환경과 안전수칙을 위반한 것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원청업체인 STX조선에 선박도면 등을 요청한 데 이어 안전업무 담당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관계자는 “밀폐 공간에서는 도장 전·후 위험 사항이 없는지 확인한 뒤 작업승인서를 발급하는데 이 과정에 적절한 절차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TX 조선해양 관계자는 “당일 오전 8시35분쯤 STX조선 소속 안전환경팀 안전요원이 산소농도와 조도 등 탱크 내부를 확인한 뒤 작업승인서를 발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TX 폭발 사고 당시 탱크 내부의 공기를 빼낼 때 사용한 연결 선 모습. 21일 현장 감식 때 유족이 촬영했다. [사진 숨진 박모(33)씨 형 제공]

STX 폭발 사고 당시 탱크 내부의 공기를 빼낼 때 사용한 연결 선 모습. 21일 현장 감식 때 유족이 촬영했다. [사진 숨진 박모(33)씨 형 제공]

반면 이날 현장검증에 참여했던 유가족들은 RO탱크 내부에 유증기를 배출할 때 통로가 되는 연결선이 노후화 돼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발 사고로 숨진 박모(33)씨의 형은 “사고 현장에 가보니 탱크 내부의 공기를 빼내는 연결 선(자바라) 곳곳이 끊어져 테이프로 감아 놓은 상태였다”며 “이런 장비들이 제대로 작동을 안해 유증기가 탱크 내부에 가득해 폭발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STX 조선해양 현장 감식 모습. 송봉근 기자

STX 조선해양 현장 감식 모습. 송봉근 기자

앞서 지난 20일 오전 11시37분쯤 STX조선해양에서 건조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안 RO 탱크에서 폭발이 발생해 내부에서 도장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사고 당일 STX 조선 소속 50여명, 협력업체 200여명이 휴일 특근 중이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