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통령은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인적청산 돌입?

중앙일보

입력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구체제와 단절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청산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무소불위한 권력을 갖고도 대처하지 못한 무능한 정권을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냐”며 이같이 말했다. 또 “한국의 보수 우파들이 모두 구체제와 같이 몰락해야 하냐”고 반문한 뒤 “더이상 미련을 갖고 실패한 구체제를 안고 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역 M스테이지에서 열린 'Mr 준표의 청춘 그리기’ 청년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역 M스테이지에서 열린 'Mr 준표의 청춘 그리기’ 청년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지는 자리”라며 “왜 무한권력을 갖고 당하나. 대통령이 국민의 동정이나 바라는 자리냐”고도 일침을 놓았다.
홍 대표는 지난 16일 대구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앞으로 당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언급했다. 이후 17일 울산, 18일 서울 토크콘서트를 비롯해 19~20일 페이스북 발언까지  5일 연속 온·오프라인을 통해 박 전 대통령과의 ‘선 긋기’를 이어가고 있다. 발언 내용도 ‘출당론 논의 필요’에서 ‘구체제와의 단절’로 점차 수위가 올라가는 중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캡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캡쳐

당내에선 이 같은 홍 전 대표의 ‘박근혜 지우기’가 결국 '친박'을 겨냥한 인적 청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친박계는 “태극기 부대의 진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류여해 최고위원), “문재인 정권을 어떻게 견제하느냐에 더 집중해야 할 때”(이재만 최고위원) 등 홍 대표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하지만 원내에서는 아직 뚜렷하게 반발하는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당내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 같은 홍 대표의 입장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한국당=친박근혜’라는 공식을 깨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선 대구·경북만 잡고 나머지 지역에서 전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한편 홍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당내 친박 세력을 약화시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섰던 바른정당 의원들이 다시 복당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18일 서울 토크콘서트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이)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지금 찾아야 한다. 행위는 괘씸하지만, 그 사람들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아직 홍 대표의 의중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일단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11월에 종료 예정인 당협위원회 당무 감사에서 친박 위원장을 겨냥한 결과가 조치가 나오면 양측의 갈등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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