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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법과 양심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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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법과 양심(김우창 지음, 에피파니)=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사회의 법과 양심의 문제를 고찰했다. 선생은 덕의 배경이 없는 법은 폭력에 직결되며 끝내 권위를 잃는다고 경고한다. 좋은 사회는 진실의 사회라기보다 인간적 현실의 여러 요소가 균형을 이룬 사회라는 가르침의 울림이 크다.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함영준 지음, 위즈덤하우스)=별안간 찾아온 우울증을 극복하기까지의 치료 과정을 담담히 적어 내려갔다. 운동법·명상·독서법 등 우울증을 이겨내는 여러 방법도 소개했다. 우울하고 불안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며 너무 열심히 살아서 마음이 힘든 것이라고 위로한다.

네 글자(이웅희 지음, 밥북)=비뇨기과 의사가 사자성어에 담긴 중국 문화를 영어의 네 글자 단어(Four Letter Word)와 비교하며 풀어냈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네 글자 단어는 사자성어부터 중국어, 한글, 비뇨기과 용어까지 다양하다. 네 글자 단어에 담긴 문화현상과 시대 상황이 유쾌하게 읽힌다.

전쟁에서 살아남기(메리 로치 지음, 이한음 옮김, 열린책들)=미국의 여성 과학 저술가가 전쟁에 숨은 과학의 세계를 파헤쳤다. 지은이가 찾아낸 전쟁터의 과학은 핵폭탄이나 스텔스전투기 같은 무기의 작동원리가 아니다.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장치 얘기다.

시를 읽는 오후(최영미 지음, 해냄)=시인 최영미가 세계의 명시 44편을 책 한 권에 담았다. 시인 특유의 섬세한 목소리가 책에 자욱하다.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이 아니라 사랑해야 한다면이다. 그만큼 절박하고, 아무 사랑이나 받지 않겠다는 결의가 내비치는 대목이다’와 같은 구절은 이미 시다.

의혹 1, 2(왕수영 지음, 예나북스)=장준하(1918∼75) 선생 추락사건은 유신시대 대표적인 의문사 사건으로 남아있다. 등산을 간 선생은 일행과 헤어진 지 2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여러 의혹이 제기됐으나 당시 정부는 실족사 처리하고 사건을 덮었다. 두 권 분량의 소설이 의혹을 파헤친다.

하늘을 나는 모자(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글·그림, 보림)=글 없는 책이다. 한 아이가 쓰고 있던 모자가 바람에 날려 까마귀에게, 오리에게, 급기야 눈사람에게까지 옮겨가는 이야기다. 모자는 결국 누구에게 갈까? 한 동네와 사회에 있는 수많은 구성원과 사물까지 살펴보게 하는 모자의 여행이 신선하다.

우리 할머니가 자꾸만 작아져요(앙키 팝스트 글, 메르다드 차에리 그림, 이기숙 옮김, 씨드북)=할머니와 자라는 아이가 많다. 아이에게 할머니는 점점 작아지는 사람이다. 아이가 완전히 자라고 나면 할머니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해진다. 할머니 기억을 붙잡는 아이의 방법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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