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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핵 '군사대응' 옵션 놓고 아군 비난 점입가경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일본의 외교ㆍ국방장관들이 17일(현지시간) 안보협의회(2+2)를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 외상,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 방위상. [EPA=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의 외교ㆍ국방장관들이 17일(현지시간) 안보협의회(2+2)를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 외상,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 방위상. [EPA=연합뉴스]

북핵 해결을 둘러싼 미국 내 '아군 비난'이 점입가경이다.
"난 정말 그의 발언에 코멘트할 게 없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미·일 외교·국방장관 안보협의체(2+2 회의) 개최 후 열린 회견에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겨냥했다. 배넌이 16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대북 군사적 해법은 없다. 누군가 (전쟁시작) 30분 안에 재래식 무기 공격으로 서울시민 1000만 명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방정식을 풀어 내게 보여줄 때까지 대북 군사적 해법은 없다"며 '대북 군사옵션 배제'를 주장한 것을 '할 말이 없다'며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할 말은 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중앙포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중앙포토]

틸러슨 장관은 "난 그걸(인터뷰 내용) 읽었다. 우리는 우리의 대북정책과 자세가 매우 명확(clear)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공동기고문(월스트리트저널·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외교적 해법을 우선한다는 내용) 내용 그대로"라고 말했다. 또 "우리(틸러슨·매티스 장관)의 접근방법은 대통령에 의해 승인(endorse)돼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리뷰(review·검토)하고 있고, 그 접근법이 효과를 내고 있는 지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리가 직면한 지금 단계의 위협 상황에선 어떠한 외교적 노력도 '만약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강력한 군사적 결과에 처하게 된다'는 것에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광범위하게 트럼프를 자문하고 있는 배넌에 대해 어깃장을 놓지 말라는 사실상의 경고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과 만나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문하면서 '미국은 필요하면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되풀이했는데, 이 메시지가 배넌에 의해 뭉개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 미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그동안 군사행동과 대화에 대한 다소의 온도차는 있어도 "군사 옵션도 테이블 위에 있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신문은 또 배넌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거론한 데 대해서도 "수십 년 간 미국이 유지해 온 정책에서의 급격한 이탈이 될 것"이라며 던퍼드 의장의 중국에서의 "난 주한미군의 축소나 철수에 대한 어떤 논의에도 관여한 적이 없고, 그런 얘기가 있었다면 난 알지 못한다"는 발언을 전했다. NYT는 "이런 모순된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둘러싼 불확실을 가중했다"고 결론지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배넌-틸러슨 간 불화가 대북 정책이란 형태로 불거져 나온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인 '강온 전략'을 구사하는 게 아니라 엇갈린 생각들이 정제되지 않은 채 튀어나오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인터넷매체 '뉴스맥스'는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 "배넌이 '대북 군사해법은 없다'는 '천기'를 누설해 조만간 해임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안보회의(NSC)에 밝은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인들이 정말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핵무기 시설 등이 제거될 수 있다고 믿도록 노력해 왔는데 배넌이 그러한 노력을 완전히 박살냈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레드라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고 무기화하는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회견 내용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한국 정부에 알아봐라"고 답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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