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60년 걸린다” 반대 여론에 속도 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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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7일 “탈(脫)원전에 이르려면 60년 이상 걸린다”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탈원전을 걱정하는 분이 많지만 제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급격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 분야 #“수명 만료되는 대로 하나씩 닫을 것 #2030년에도 원전 비중 가장 높아”

문 대통령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을 중단시킨 뒤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건설 재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15일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선 국민의 41%가 ‘원전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고, 반대 의견은 39.6%로 나오며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원전 건설 중단을 놓곤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원전 정책에 대해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대로 하나씩 하나씩 원전의 문을 닫아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근래에 가동된 원전이나 지금 건설 중인 원전은 설계 수명이 60년이다. 그 시간 동안 LNG(액화천연가스)를 비롯한 대체에너지를 마련해 나가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기료 폭등’ 주장에 대해서도 “전기요금에 아주 대폭적인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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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탈원전 계획을 해나가더라도 우리 정부 기간 동안 세 기의 원전이 추가로 늘어나 가동되는 반면 줄어드는 원전은 가동을 멈춘 고리1호기와 앞으로 중단 가능한 월성1호기 정도”라며 “2030년에 가더라도 원전이 차지하는 전력 비중이 20%가 넘는데 그것만 해도 우리는 세계적으로 원전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고리1호기의 중단으로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24기다. 이는 세계 6위로, 원전 발전 비율은 31.5%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신고리 5, 6호기의 경우 당초 공약은 건설을 백지화하는 것이었지만 지난해 6월 건설 승인이 난 뒤 꽤 공정률이 이뤄져 적지 않은 비용이 이미 소요돼 (건설을) 중단할 경우 추가적 매몰 비용도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약대로 백지화를 밀어붙이지 않고 백지화가 옳은 것이냐, 아니면 비용이 지출됐기 때문에 공사를 계속해야 될 것인가를 공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론조사를 통해 합리적 결정을 얻어낼 수 있다면 앞으로 유사한 갈등 사안을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모델로 삼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진행된 수차례의 비공개 회의에서 탈원전 정책을 강조하며 내세웠던 것이 ‘안전 문제’였다”며 “문 대통령은 최소한 과거 급격한 경제성장기에 집중적으로 건설된 원전의 안전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한데 현재의 원전 관련 논의가 대만의 정전 사태 등 근시안적인 경제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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