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동물약품 업체, 살충제 불법 제조해 양계 농가에 팔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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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의 한 동물약품 업체가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에 피프로닐 성분이 든 무허가 살충제를 제조·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산 원료에 다른 약품 섞어 #남양주·포천·연천·철원농장 공급 #경기도, 약사법 위반 고발키로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에 있는 E동물약품 업체는 지난 6월 중국에서 가루 형태로 된 피프로닐 원료 50㎏을 샀다. 여기에 400L의 증류수와 다른 약품 등을 섞어 살충제를 만들었다. 이후 살충제를 4곳의 농가에 50∼150L씩 판매했다.

이 업체에서 살충제를 공급받은 농가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리농장, 강원도 철원군 지현농장,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S농장,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J농장이다. 이 가운데 마리농장·지현농장 등 2곳의 계란에서 지난 15일과 16일 피프로닐이 각각 검출됐다. 포천 S농장과 연천 J농장은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 등에서 검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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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허가 없이 동물용 약품 등으로 피프로닐 성분의 살충제를 제조해 농가에 판매한 이 업체를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도 할 계획이다.

경기도와 남양주시 조사 결과 15일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마리농장 농장주는 이 업체에서 지난달 30일 약품 150L를 구입한 뒤 지난 6일 전량 사용했다. 남양주시 측은 “최근 유럽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든 ‘살충제 계란’이 문제가 돼 지난달 말 해당 농가 등 3000마리 이상을 기르는 5개 산란계 농가에 닭 진드기 전용 구제제를 지급했다”며 “하지만 문제의 농가는 시에서 지급받은 구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포천 업체에서 약품을 구입해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농장주는 동물약품 업체 관계자로부터 “닭 진드기에 약효가 좋다”는 말을 듣고 상표와 약품명 등에 대한 아무런 표시가 돼 있지 않은 해당 약품을 구매해 사용했다고 한다. 동물약품 업체 측은 “농장주들이 먼저 좋은 약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경기도에 주장했다고 한다. 동물약품 대표 S씨는 “피프로닐을 수입해 희석시킨 뒤 농가에 판매한 것은 맞지만 불법 제조했다고 볼 수 없으며 동물약품점에서는 간단한 방역약품을 조제·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식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은 “동물약품 업체 대표가 임의대로 농림축산검역본부 허가 없이 동물용 의약품 등 취급규칙을 위반해 살충제를 불법 제조·판매한 것은 불법”이라며 “제조 과정, 정확한 유통 경로 등은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포천=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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