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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는 괜찮나? … “30일 전에 잡는 육계는 살충제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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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의 한 토스트가게에서 한 시민이 토스트를 사고 있다. 이 가게 주인은 “살충제가 검출된계란이 ‘08 마리’와 ‘08 LSH’라고 들었다. 손님들에게 이 계란을 알리기 위해 종이에 써 붙여 놨다. 나는 안전한 계란을 쓴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의 한 토스트가게에서 한 시민이 토스트를 사고 있다. 이 가게 주인은 “살충제가 검출된계란이 ‘08 마리’와 ‘08 LSH’라고 들었다. 손님들에게 이 계란을 알리기 위해 종이에 써 붙여 놨다. 나는 안전한 계란을 쓴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계란 공포증은 16일에도 계속 이어졌다. 식당을 찾은 직장인들 역시 가능하면 계란을 먹지 않는 분위기였다. 서울 서초동의 한 순두부 가게 종업원 A씨는 “손님 둘 중 한 분은 계란을 빼달라고 한다. 계란이 귀하기 때문에 그런 요청이 반갑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계탕·찜닭집에 ‘계란 공포’ 번지자 #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나서 진화 #“큰 닭엔 안 썼다 확신 못해” 반응도

소규모 빵집과 식당 등에서는 계란 거래 업체로부터 받은 살충제 검사 결과 증명서를 보여주며 불안해하는 손님들을 안심시키려 애를 썼다. 한 음식점 사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증명서 사진을 찍어 올리며 “어제는 계란찜 대신 미역국으로 메뉴를 바꿨는데 다행히 이제 단골들 눈치 안 보고 떳떳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대형 병원 구내식당은 계란을 다른 반찬으로 대체했다. 삼성전자는 16일 오전부터 수원과 기흥 공장에서 계란 메뉴를 모두 제외했다. 현대자동차도 모든 구내식당에서 이날 아침부터 살충제 계란 사태가 끝날 때까지 이를 활용한 메뉴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도 18일 정부 발표 때까지 계란을 활용한 메뉴 제공을 전면 보류하고 두부와 고기류 등으로 영양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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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 사이에서는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시작된 ‘달걀포비아’가 ‘닭 공포증’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6일 찾은 서울 관악구의 한 삼계탕 가게는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10명뿐이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장삼례(66)씨는 평소 손님의 절반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장씨는 “아침에 뉴스를 보고 ‘닭에 살충제를 뿌렸으면 사람들이 닭도 싫어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진짜로 그렇다”며 답답해했다.

정부에서는 고기를 먹기 위해 기르는 육계의 경우 사육 기간이 30일로 짧아 진드기 발생 문제가 없기 때문에 살충제를 쓰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16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육계는 살충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불안해했다. 찝찝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부인과 함께 삼계탕집을 찾은 이충희(77)씨도 “아내가 꼭 닭을 먹어야겠느냐고 해 대신 추어탕을 먹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모(32)씨도 “평소 치킨을 즐겨 먹는데 문제 없다고 해도 꺼림칙하다. 계란도 처음에는 문제 없다고 한 거 아니냐”며 “당분간 닭은 먹지 않겠다”고 했다.

닭을 재료로 한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는 매출이 줄었다는 푸념이 나왔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찜닭집을 운영하는 엄모(50)씨는 “계란 파동 때문인지 평소보다 점심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그나마 외국인 손님이 좀 있고 한국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근처의 다른 찜닭집 종업원 한모(33)씨도 “20% 정도 매출이 줄었다. 손님들이 계란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닭은 괜찮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네 치킨집들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유탄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창천동에서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3)씨는 “어제오늘 확실히 닭이 안 팔린 건 틀림없다. 공휴일인 어제도 매출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치킨을 즐겨 먹는다는 직장인 김영민(31)씨는 “튀김옷에 계란이 들어가는 것도 찝찝하다. 당분간 먹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은 육계가 진짜 안전한지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냈다. 서울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31)씨는 “9호부터 16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닭을 쓰는데 큰 닭들은 30일 이상 키운 것 아닌지, 그래서 살충제를 쓰지는 않았는지 그런 걱정이 있다. 살충제를 안 썼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래저래 계속 닭이 문제다. 걱정이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한영익·최규진·송승환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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