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멕시코 외교관에 외교부 "수사협조 재촉구, 항의 수위 높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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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멕시코 대사관 소속의 외교관이 한국계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뒤 조사에 불응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데 대해 외교부는 16일 “대사관 측에 수사에 협조하라고 재차 촉구했으며 단계적으로 항의의 수준을 높여가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와 경찰에 따르면 멕시코 대사관에서 일하던 한국계 파라과이인 직원 A씨는 대사관에 근무 중이던 무관 B대령이 자신을 수차례 성추행했다고 고소했다. A씨는 7월 18일 외교부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상담했으며, 외교부 측은 “경찰에 신고해서 사법 절차가 시작되면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강경한 대응을 권했다. 이에 A씨는 7월 27일 경찰에 신고했다.

 소장을 접수한 서울 종로경찰서는 B대령에게 8월 3일 출석하라고 요청했고 B대령은 약속한 일시에 나오겠다고 했다. 그 사이 외교부는 주한 멕시코 대사 대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여 항의했다. 하지만 B대령은 아무런 설명 없이 경찰에 출석하기로 했던 다음날인 4일 본국으로 출국했다. 외교부 측은 이에 대사관 측에 다시 항의하고 10일에는 외교관이라도 주재국 법령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며 수사 협조를 다시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멕시코 대사관 측은 “B대령이 본국 원소속 부처에서 필요한 행정적 절차가 있어서 일시 귀국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소극적 대응을 해 B대령이 조사를 피해 출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 당국자는 “교통사고 등 주한 외교관들이 연루되는 사건이 종종 터지지만, 성 비위에 대해서는 특히 엄정하게 다루려고 하고 있다"며 "이에 처음부터 A씨에게도 강경하게 대응하라고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파라과이 국적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영사 조력은 파라과이 정부가 맡게 된다.

이 당국자는 “아직 범죄 사실 관계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B대령이 한차례 출석을 거부했다는 점을 중시해 향후 멕시코 측을 상대로 계속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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