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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견인 일등공신 'IT·금융', 하반기 증시엔 '양날의 칼'

중앙일보

입력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이익을 내 왔던 상장사들이 올해 상반기엔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겼다. 하지만 실적 개선 일등공신인 IT(전기·전자)와 금융업종은 앞으로 국내 증시에 양날의 칼이 될 전망이다.

코스피 상장사 533곳 매출·영업이익 모두 큰폭 증가 #IT·금융 순이익 기여도 31%…쏠림 여전 #낮아지는 실적 기대, 하반기 증시 발목 잡을 수도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33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상반기 매출은 910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8.2%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8조원, 61조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19%, 24.44% 늘었다.

이익 지표도 나아졌다. 매출에서 순수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59%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0.79% 포인트 상승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많이 증가한 덕에 비용을 줄여 이익을 냈던 이른바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종별 희비는 눈에 띄게 갈렸다. 모두 좋았던 건 아니라는 뜻이다. 반도체 활황을 등에 업은 IT와 금리 인상 및 주가 상승 덕을 본 금융업종이 실적 증가를 주도했다. 반면 유틸리티, 기계를 비롯해 내수 관련 업종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특정 기업의 기여도도 크게 높아졌다. 상장사 가운데 몸집(시가총액)이 가장 큰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상장사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6.79%, 11.36%다. 삼성전자를 포함했을 때보다 절반 이상 낮아진다.

평택 반도체 공장과 밀접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사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과 밀접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사진 삼성전자]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와 금융업종이 올해 1분기와 마찬가지로 2분기에도 높은 성장을 지속하며, 두 업종의 순이익 기여도가 31%로 올랐다"며 "반도체 발(發) 경기 호조가 아직 다른 업종으로 퍼지진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가 속출하며 기업 실적 기대가 증시를 달궜던 1분기에 비해 그 열기가 점점 식고 있는 점도 앞으로 우려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중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비율은 전체의 42%로 집계됐다. 50%를 웃돌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특히 상반기 증시를 견인했던 IT·금융업종의 실적 증가세가 주춤할 경우 증시 상승세 역시 느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 실적이 증가하는 큰 흐름은 유지됐지만 세부적으로는 아쉬운 점도 다수 확인됐다"며 "앞으로 실적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당분간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된 10월까진 이런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 코스닥 상장사도 선방했다. 코스닥 상장사 744곳의 상반기 매출은 75조6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9%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조6100억원, 3조5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22.64%, 44.82%씩 늘어난 것이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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