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란계 농가가 출하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정상희 호서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이번 사태에 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살충제, 닭 깃털 통해 피부로 흡수 #마리당 A4용지 면적서 밀집사육 #진드기 번져 농약 쓰게 만들어 #친환경 인증은 항생제 사용 여부 #농약 검출 기준과는 상관 없어
- 어떻게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오나.
- “피프로닐은 식용 가축엔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고온다습한 여름 기후에 닭 진드기가 창궐하면서 일부 농가가 반려동물용 살충제를 쓴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사용을 허가하는 12종의 살충제도 동물에 직접 살포하는 건 안 되고 축사 소독용으로만 쓸 수 있다. 그럼에도 공기 중에 떠도는 살충제 성분이 닭의 깃털을 통해 피부로 흡수되고, 살충제가 묻은 사료나 물을 섭취해 체내로 유입될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육 시스템이다. 국내 산란계 농장의 99%는 A4용지 한 장 크기에도 못 미치는 케이지(철재 우리)에 닭을 가둬 밀집 사육한다. 닭이 흙목욕을 하면 진드기 등이 없어지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 진드기가 널리 퍼지기 쉬운 환경이다.”
- 요리에 첨가된 계란은 괜찮나.
- “이 역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일단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김밥샌드위치·도시락 등은 계란 사용을 중단했다. 각 가공 업체가 언제 출하된 계란을 사용했는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중에 판매되는 빵이나 과자 등은 일일이 따지기 쉽지 않다. 불안하다면 당분간 계란이 함유된 식품은 유의하는 게 좋다. 식약처에 따르면 일단 이번에 문제가 된 계란은 식품제조회사로는 납품되지 않은 걸로 확인됐다.”
- 수입산 계란은 괜찮나.
- “지난 10일 식약처는 네덜란드산 계란과 닭고기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유럽산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럽은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에서도 피프로닐이 검출돼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발원지인 벨기에는 물론 네덜란드·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전역으로 퍼진 상태다.”
- 친환경이라고 적혀 있는 계란은 괜찮나.
- “그렇지 않다. 친환경 인증을 가리는 핵심은 항생제 사용 여부다. 친환경 산란계 농장도 살충제를 쓴다. 농약 검출 기준 역시 일반 농장과 같다.”
- 닭고기는 안전한가.
- “이번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은 산란계 농가다. 식용 닭(육계)은 조사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육계 농장도 산란계 농장처럼 허용되지 않는 살충제를 쓸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다른 맹독성 살충제인 트라이클로르폰의 허용 기준이 현재 쇠고기와 돼지고기에만 적용되는 것도 논란거리다. 닭고기는 소비량 기준으로 돼지고기에 이어 두 번째다.”
- 전수조사는 언제까지 하나.
- “일단 예정대로 17일까지 전수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수급 불안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런 대형 농장의 시료 채취를 15일 오전 마무리했고, 검사엔 7시간가량 걸린다”며 "3~4일 정도면 계란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 계란값이 오를 가능성은.
- "그럴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올봄 AI가 재발한 탓에 계란 수급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4일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7595원이다. 1년 전(5350원)보다 42%(2245원)나 올랐다. 이번 사태로 공급 여건이 더 나빠지면 계란값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할 수밖에 없다.”
전영선 기자,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