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뉴욕채널, 최선희 방미 추진 … 협상 돌파구 열릴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과 북한 간 벼랑 끝 대치 해소를 위한 직접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의 대미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53·사진)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의 미국 방문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최 국장은 지난 6월 의식불명 상태이던 오토 웜비어의 미국 송환 결정 협상 등 북미 접촉에서 실권을 행사하고 있는 북한의 핵심 당국자다.

‘미국인 셋 석방’ 북 수용에 달려

워싱턴포스트(WP)는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박성일 주유엔 북한 차석대사의 뉴욕채널이 내부적으로 외무성 실세인 최 국장의 직접 방미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 국장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북미협상과 6자회담에서 북한 측 영어 통역을 전담한 통역관 출신이다. 2011년 6자회담 차석대표로 대외협상 전면에 나선 데 이어 2016년 9월에는 외무성 북미국장을 맡아 김정은 체제 외교라인의 신실세로 부상했다.

최 국장의 뉴욕 초청을 추진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간 유일한 접촉 창구인 뉴욕채널이다. 로즈메리 디카를로 전 유엔 부대사가 이끄는 뉴욕의 민간 싱크탱크인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가 주도하는 비정부부문 대화(트랙2) 형식을 취했다.

관련기사

NCAFP는 지난 3월에도 최 국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을 뉴욕으로 초청하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이 터지면서 무산됐다. 북한 대표단의 방미 시 조셉 윤 대표와 최 국장의 자연스러운 직접접촉이 가능해진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웜비어 송환을 위해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조셉 윤 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차석대사가 7월 말 뉴욕에서 직접 만나 최 국장의 방미 문제를 논의했지만 협상은 일단 결렬된 것으로 알려진다. 조셉 윤 특별대표가 북 대표단의 비자를 발급하는 조건으로 “북한이 억류 중인 김동철 목사 등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해 달라”고 요구하자 북한이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인의 송환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셉 윤 특별대표에게 직접 지시한 사안”이라며 “최 국장이 캐나다 국적 임현수 목사를 석방한 것처럼 미국인 3명을 석방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선 처음으로 북·미 고위급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