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카드 흔드는 트럼프, 중국산 짝퉁 아이폰 겨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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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꺼내든 무기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다. 중국이 세계 최대 위조제품, 일명 ‘짝퉁’ 생산국이란 점에 착안한 것이다.

북핵 난제 풀려 대중무역 우회 압박 #570조 세계 짝퉁시장 84%가 중국산 #중국, 미국에 무역전쟁 맞불 경고 #북한산 석탄·철 등은 금수조치 돌입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 짝퉁 시장 규모는 약 5000억 달러(약 569조원). 이 중 84%가 중국과 홍콩에서 생산된다는 것이 OECD의 분석이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격 담합이나 덤핑 같은 이슈는 불공정 행위를 증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국제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다”며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는 너무 광범위하고 뿌리 깊어 증거를 확보하기 쉽고 중국도 발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미국 회사 중 하나다. 유튜브의 스마트폰 전문 매체 ‘에브리씽애플프로’가 최근 공개한 중국산 짝퉁 아이폰. 이 모조품(사진 위, 아래의 왼쪽)은 아이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제품 디자인을 거의 똑같이 베꼈다.[사진 유튜브 캡처]

애플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미국 회사 중 하나다. 유튜브의 스마트폰 전문 매체 ‘에브리씽애플프로’가 최근 공개한 중국산 짝퉁 아이폰. 이 모조품(사진 위, 아래의 왼쪽)은 아이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제품 디자인을 거의 똑같이 베꼈다.[사진 유튜브 캡처]

애플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미국 회사 중 하나다. 유튜브의 스마트폰 전문 매체 ‘에브리씽애플프로’가 최근 공개한 중국산 짝퉁 아이폰. 이 모조품(사진 위, 아래의 왼쪽)은 아이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제품 디자인을 거의 똑같이 베꼈다.[사진 유튜브 캡처]

애플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미국 회사 중 하나다. 유튜브의 스마트폰 전문 매체 ‘에브리씽애플프로’가 최근 공개한 중국산 짝퉁 아이폰. 이 모조품(사진 위, 아래의 왼쪽)은 아이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제품 디자인을 거의 똑같이 베꼈다.[사진 유튜브 캡처]

미국은 중국 산업계의 고질적인 제품 베끼기, 기술 도용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짝퉁 아이폰’이다. 최근 유튜브의 한 스마트폰 전문 매체는 “중국에선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아이폰8의 모조품이 돌아다닌다. 포장부터 제품 외관까지 아이폰7 레드에디션을 꼭 닮았다”며 모조품을 공개했다. 이 매체는 이 제품을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100달러를 주고 배송받았다.

중국 남부 도시 쿤밍엔 매장 외관부터 직원 유니폼까지 흉내 낸 짝퉁 애플스토어가 등장했다.[사진 유튜브 캡처]

중국 남부 도시 쿤밍엔 매장 외관부터 직원 유니폼까지 흉내 낸 짝퉁 애플스토어가 등장했다.[사진 유튜브 캡처]

중국 남부 도시 쿤밍에는 간판부터 인테리어, 제품과 직원 유니폼에까지 애플 로고를 새겨넣은 ‘짝퉁 애플스토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전문가인 최형욱 IT칼럼니스트는 “제조 기술은 확보했지만 디자인이나 브랜드에까지 신경 쓰지 못하는 중소 스마트폰 회사들은 대놓고 짝퉁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판매량으로 손에 꼽히는 대기업들도 아이폰 같은 유명 제품 디자인을 거의 똑같이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압박은 짝퉁을 포함해 광범위한 지식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동안 중국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사용한 기술 특허까지 미국 정부가 문제 삼는다면 중국 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동통신 원천 기술 관련 특허로 세계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서 특허료를 거둬들이는 퀄컴이 대표적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상당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그동안 퀄컴에 이동통신 기술 관련 특허료를 제공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만들어 왔다. 이동통신 원천기술을 도용한 셈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경쟁 당국이 퀄컴의 특허료가 비싸다며 큰 폭으로 조정하라고 권고했을 때 퀄컴이 크게 반발하지 않은 것도 이런 기술 도용 관행 때문”이라며 “특허료를 아예 안 내는 회사가 워낙 많으니 값을 깎고서라도 특허료를 받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 연쇄적 파급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중국으로선 부담이다. 특히 고급 패션 브랜드가 많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은 늘 중국의 디자인·상표권 도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우리나라도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고급 가전 및 화장품 브랜드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LG전자가 올 초 공개한 ‘시그니처 올레드 TV W’의 경우 출시 석 달 만에 중국 전자제품 제조사에서 거의 똑같은 외관의 짝퉁이 나왔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나 LG전자의 의류관리기,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등이 모조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준성 연구위원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벼르고 있는 국가와 회사가 한둘이 아니어서 이 문제가 불거지는 건 중국으로선 큰 부담일 것”이라며 “미국이 그만큼 효과적인 압박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코너에 몰린 중국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서겠다”며 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환구시보는 14일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수퍼 301조를 적용해 무역전쟁을 일으키면 미국 역시 무역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퍼 301조는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보복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한 미국의 통상법을 가리킨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14일 성명을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1호 집행을 위해 석탄·철광석·수산물 등 일부 품목의 수입을 15일부터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수입한 총액 26억3440만 달러 가운데 이번 수입 금지 품목이 16억5016만 달러로 62.6%에 달하는 만큼 북한의 경제적 타격이 클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대중국 무역 압박을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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